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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측 "논문, 대입과 무관" vs 전문가 "합격에 결정적 역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22일 오전 서울 적선동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외고 시절 제1저자로 이름 오른 논문이 조씨의 고려대 진학에 영향을 미쳤는 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조 후보자 측은 논문 참여 사실을 자기소개서에 언급했을 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거나 따로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씨의 합격은 논문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논문이 취소되거나 저자 자격이 박탈돼도 대입 결과는 무관할 수 있다. 반면 현직 입학사정관과 사교육 입시전문가들은 “당시 입학 전형과 관행 등을 고려하면 논문이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아 병리학이 주제인 해당 논문은 조씨가 한영외고 1학년이던 지난 2007년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가 주관한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성한 것이다. 책임저자였던 장 교수는 이듬해 12월 이 논문을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했다. 조씨는 2010년 수시 전형으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21일 “조씨의 고려대 입시와 관련해 논문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거나 논문 원문을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조씨의 생기부에는 2007년 7월23일부터 8월3일까지 ‘단국대 의대 소아청소년과학교실’에 참여했다고만 기재했고, 논문에 대한 내용은 적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준비단은 “조씨가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만 적었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라는 점을 밝힌 적도 없고, 논문을 제출한 적 없어 대학 측이 논문을 조씨의 합격에 반영했을리 없다는 해명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22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22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하지만 당시 전형과 관행에 밝은 대학 입학사정관과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논문이 대학 합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설명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조씨가 지원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어학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남들과 차별화된 활동을 한 학생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다”며 “입학전형요강에도 학교생활기록부 외에 제출한 모든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나와 있는 만큼 자기소개서에 언급한 것만으로 다른 학생보다 우위를 점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제는 전공에 대한 적합성과 잠재력 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조씨가 만약 어문계열이었으면 논문의 영향력이 다소 적었을 수 있지만, 환경생태공학부에 지원했기 때문에 의학 논문 경험은 합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시 입학사정관에겐 의학 논문에 참여한 외고생이 한층 주목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조 씨가 외고를 재학했던 2007~2009년은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된 2010년대 초중반과 달리 고교생이 학술 논문에 참여하는 게 흔치 않았던 상황이다. 고교생이 대학교수 연구에 참여해 논문을 쓰는 R&E(Research & Education)가 유행하기 시작한 건 입학사정관제에서 영어인증이나 올림피아드 등 외부 수상실적 기재가 금지된 이후다.

 하지만 논란을 빚고 있는 논문이 조씨의 합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 지는 정확히 단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서 보존 기간이 지나 당시의 입학 관련 서류가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의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특수성도 있다.

 당시 고려대 입학사정관실장을 지낸 신창호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외부활동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자기소개서가 합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려대 측은 만약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면 자체 심의 절차를 거쳐 조 씨의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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