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 직원, 아몰레드 기술 경쟁사에 유출…대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8K Q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8K Q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를 그만둔 뒤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LGD)의 협력업체에 아몰레드(AMOLED) 관련 기밀정보를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54)씨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퇴사 후 컨설팅 업체 만들어...협력업체와 계약체결

조씨는 2008년 SMD에 입사해 설비개발팀 소속 수석연구원으로 아몰레드 패널 대형화 기술 개발을 총괄했다. 전기를 흐르게 하면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물을 사용하는 아몰레드는 얇게 만들 수 있고 휴대전화나 TV 부품으로 쓰인다. SMD는 아몰레드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실리콘밸리서 '아몰레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지난 5월 16일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실리콘밸리서 '아몰레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2010년 11월 퇴사한 조씨는 경쟁업체인 LGD로 이직하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퇴사 후 2년간 경쟁업체 취업을 막는 약정 때문이다. 대신 조씨는 디스플레이 컨설팅 업체를 설립해 LGD의 협력업체 두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씨를 수사한 검찰은 SMD의 기밀정보가 협력업체를 통해 LGD로 빼돌려진 것으로 봤다. 이에 조씨와 LGD를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조씨의 경우 퇴사하면서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작성했음에도 가지고 있던 문서나 업무수첩 등을 없애거나 반환하지 않고 보관해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았다.

조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관행에 따라 업무수첩을 소지하고 있었을 뿐, 부당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자료가 본인에게 남아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LGD 관계자는 “LGD는 기술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SMD 직원 조모씨에게 기술유출 대가로 어떤 자리나 처우를 보장한 적이 없다”며 공모 혐의를 부정했다.

법원 “민감한 유출...다만 원만히 합의한 점 고려”

재판의 쟁점은 조씨의 행위가 영업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하는지였다. 1·2심 모두 조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조씨가 유출한 자료는 피해회사가 업계 최초 출시를 목표로 하는 대형 OLED 패널의 제작설비 개발 관련 자료들이므로 피해회사 입장에서 그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기술정보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같았다. 다만 피해회사인 SMD가 조씨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낮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LGD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행위로 인해 LGD가 재산상으로 이득이 없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검찰의 상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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