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X’ 협력 합의…한·중·일 손잡고 3국 시장 진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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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21일 중국 베이징 근교 고북수진(古北水鎭)에서 개최된 제9회 한·중·일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은 오는 연말 중국에서 제8회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9회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뒤 3국 외교장관이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화 장관, 왕이 국무위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 베이징 공동 취재단]

제9회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의가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끝난 뒤 3국 외교장관이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경화 장관, 왕이 국무위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사진 베이징 공동 취재단]

주최국인 중국의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은 한국 및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해 연내 정상회의가 원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차질 없는 준비로 3국 정상회의의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중·일 3국은 또 최근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하에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3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한·중·일 3국 모두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공동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항구적 평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중·일은 또 3국 경제협력과 관련해 ‘한·중·일+X’ 협력 시스템에 합의했다. X는 제3국을 일컫는 것으로 한·중·일이 손잡고 제3국에 진출하는 것을 뜻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도)’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중국은 일본과 협력해 제3국인 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 시스템을 ‘한·중·일 협력체제’에 접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제9회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베이징 공동 취재단]

제9회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장관이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베이징 공동 취재단]

왕 국무위원은 연내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둬 동아시아 협력체제가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0년을 ‘한·중·일 협력 혁신의 해’로 지정하자고 제안해 한·일의 적극적 호응을 받았다.
이날 한·중·일 3국은 모두 흔들림 없는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긴 했으나 한·중과 일본 간 방점이 다소 달랐다. 강 장관과 왕 국무위원은 3국 협력의 기초로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3국의 미래지향적 측면만을 이야기했다.
또 동아시아의 번영을 가져온 자유무역 원칙과 관련해서도 한·중과 일본의 입장에 차이가 났다. 강 장관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환경”을, 왕 국무위원이 “다자주의”를 강조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지난 6월의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공유된 자유무역의 기본원칙”을 언급해 일본도 자유무역의 원칙을 견지는 하고 있다는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데 그쳤다.
강 장관이 “3국 협력을 통해 양자 관계 증진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왕 국무위원이 “3국 회담 계기로 한·일이 양자 회담을 갖는 걸 지지한다”고 밝힌 데 비해 고노 외무상은 “양자 관계가 3국 협력의 발판”이라고 말해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왕 국무위원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 3국 간에는 21개 장관급 회담과 30여 개의 긴밀한 협의 채널, 70여 개의 협력 체제가 작동 중으로 3국 교역액은 지난 20년 동안 1300억 달러에서 7200억 달러로 4.5배가량 증가했다. 3국 간 인적 교류도 3000만 명을 헤아린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연말에 제8회 한·중·일 정상회담 중국 개최 준비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위해 노력” #한·중·일 3국이 협력해 공동으로 제3국 시장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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