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15살 딸에 아빠 심폐소생 포기 동의서 서명 요구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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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연합뉴스]

병원이 15세 딸에게 심폐소생술 포기동의서를 요구한 것과 관련, 해당 병원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고 입원한 A씨는 “병원장 B씨가 자신의 딸에게 ‘심정지나 호흡곤란으로 사망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심폐소생술 포기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B씨가 휴대폰 사용과 면회를 제한했고 외부진료 요청을 묵살하고 자신을 부당하게 격리·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이런 사실을 인권위에 알리기 위해 진정서도 냈지만, 병원 측이 이를 인권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원장 B씨의 주장은 달랐다. B씨는 “A씨가 입원했을 당시 심전도 검사에서 A씨 심장에 이상이 있었고, 알코올 중독 금단증상과 충동조절이 안 돼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면서 퇴원과 외부진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병원 측은 “심근경색은 자다가도 죽을 수 있는 질환으로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즉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호자인 A씨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아 닿지 않아 딸과 아들에게 강요 없이 심근경색으로 발생할 상황 설명하고 책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격적인 언행 등으로 정신과 치료가 우선으로 판단돼 격리·강박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병원 측은 “A씨가 진정함에 넣었다는 진정서는 확인할 수 없었고 13일간 치료목적으로 통신과 면회를 제한했지만 이후 자녀와 사회 복지사의 면회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A씨에 대한 통신·면회제한은 적법절차에 따른 조치로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외부진료를 불허하고 강박·격리한 조치도 부당하지 않았으며 A씨가 억울하다며 진정서를 작성해 넣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A씨가 의사표현능력이 있는데도 병원장 B씨가 미성년자인 딸과 아들에게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작성하게 해 A씨의 자기결정권,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향후 B씨에게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관할 구청 등에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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