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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 3분 PGA 슬로플레이? 국내 투어선 “상상도 못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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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플레이 논란을 촉발시킨 브라이슨 디섐보. [AFP=연합뉴스]

슬로플레이 논란을 촉발시킨 브라이슨 디섐보. [AFP=연합뉴스]

미국 PGA 투어가 슬로플레이로 시끄럽다. 지난주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브라이슨 디섐보가 2라운드 70야드 샷을 하는 데 3분, 2.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하는 데 2분 이상을 소모하면서다. 이 장면을 한 갤러리가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디섐보가 소셜미디어에서 팬들과 선수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디섐보는 “평소에는 빨리 치는데 그때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시간 많이 쓰는 다른 선수들도 많은데 나 혼자 타깃이 됐다”라고 했다가 더 큰 비난을 받은 후 “빨리 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PGA 투어의 엘리트 선수들은 슬로플레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골프 규칙은 올해부터 40~50초 이내에 치는 것이 권장되며 앞 조와 간격이 벌어진 상태에서도 시간을 더 소비하면 한 번 경고 후 벌타를 줄 수 있다고 변경됐다. 그러나 PGA 투어에서 새 규칙은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PGA 투어에서 늑장 플레이로 벌타를 준 것은 1995년이 마지막이다. 24년 동안 늑장 플레이 벌타는 없었다.

로리 매킬로이는 “벌타를 왜 안 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대여섯 번씩 말을 해야 알아듣는 아이가 아니다. 일반 골퍼들도 우리를 따라 하기 때문에 투어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룩스 켑카는 “공이 물에 빠지면 벌타를 받는다. 골프 규칙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40초 이내에 쳐야 하는 것도 룰 북에 있다. 그건 왜 안 하는가. 나는 15초면 충분히 칠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들도 “돈 많은 선수에게 벌금은 효과가 없고 벌타를 부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PGA 투어 운영 책임자인 타일러 데니스는 “앞 조와 간격이 벌어지지 않아도 40초 이내에 치도록 규칙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골프는 날씨, 코스 컨디션 등 복잡한 상황이 많아 일률적인 규칙 적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경기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투어의 제도 개선 대책에 회의적이다. 필 미켈슨은 “20년 전부터 바꾸겠다고 말만 하고 한 번도 바뀐 게 없다”고 했고, 아담 스콧은 “스폰서가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슬로플레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KLPGA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40초 규정을 적용해서 늑장 선수에게 벌타를 준 적이 여러 번 있다. 앞 조와 간격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라도 한 샷을 하는데 1분이 넘으면 경고한다. 70야드를 남기고 그린까지 갔다 오는 등으로 시간을 소비하며 한 샷을 하는데 3분을 쓰는 행동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시간 규정을 어기면 경고-1벌타-2벌타-실격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PGA 투어가 그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KPGA 김용준 경기위원은 “앞 조와 간격이 벌어질 경우 확실하게 제재하기 때문에 뛰어다니는 선수들도 많다. 규칙을 어기면 경고-벌타-벌금-출장정지를 한다. 그러나 앞 조와 간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시간을 많이 쓰더라도 제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왜 PGA 투어에서 슬로플레이에 대해 관대할까. 최진하 KLPGA 위원장은 “선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경기위원회가 경기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PGA 투어는 선수들의 이익단체여서 선수들에게 벌타를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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