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후배 성폭행하고도 무고죄로 고소한 상사 징역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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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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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1일 오전 A씨(40)는 인천시 중구의 한 횟집에서 직장 후배 B씨(여)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B씨가 철야근무를 마친 시각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술을 마시던 중 A씨는 소지하고 있던 수면제를 겉옷 주머니 속에서 부순 뒤 B씨 몰래 물컵에 넣은 뒤 복분자주를 섞었다.
이어 B씨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수면제를 섞은 복분자주를 B씨의 술잔에 넣었다. B씨가 돌아오자 건배를 제의하며 수면제가 섞인 술을 마시게 했다. A씨는 정신을 잃은 B씨를 B씨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성폭행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강간죄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3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 기록 등 증거에 비추어 볼 때 피해 상황에 관해 B씨의 진술이 일관적”이라며 “오히려 A씨의 진술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오후 B씨가 A씨에게 자신에게 무엇을 먹였냐고 묻자 A씨는 “술 먹였지”라고만 대답했고 이후 대화에서도 ‘B씨가 먼저 수면제를 달라고 하였다’는 내용의 메시지는 주고받은 적 없었다고 한다.

허위 진술했다며 무고죄로 고소

그러자 A씨는 2017년 12월 인천중부경찰서에 B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그는 “B씨의 요청으로 수면제를 준 것일 뿐 수면제를 몰래 먹인 적 없고 피해자와 합의해 성관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가 합의가 있었음에도 강간당한 것처럼 허위로 법정에서 진술했으므로 허위 무고, 모해위증 등으로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A씨의 고소는 각하 처분됐고, A씨는 거짓 고소장을 제출해 B씨를 처벌받게 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방법원 형사7단독 임윤한 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몰래 수면제를 탄 술을 B씨에게 마시게 한 뒤 항거불능 상태에서 B씨를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A씨가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인정됨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피해자를 상대로 무고까지 했다”며 “A씨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진술을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나 B씨에 대한 고소 사건이 각하 처분돼 처벌이 현실화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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