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승강기 추락 엇갈린 형제의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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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4일 강원도 속초시 한 아파트 건축공사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14일 강원도 속초시 한 아파트 건축공사 현장에서 공사용 엘리베이터가 15층 높이에서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악 소리나 하늘 쳐다보니 승강기가 철골 구조물과 분리돼 떨어지고 있었다.”

공사장 근로자 3명 사망 3명 부상 #15층 높이서 리프트 해체 중 사고 #경찰, 부실시공·안전소홀 조사

14일 오전 8시28분쯤 강원도 속초시 조양동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승강기 추락 당시 상황을 목격한 이모(56)씨는 “비명이 들려 하늘을 쳐다보니 승강기가 떨어지고 있어 바로 뛰었다”며 “쿵 소리가 난 뒤 근처에 가보니 한 사람은 튕겨 나와 밖에 있었고, 승강기 안에 있던 2명은 움직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장 근로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건설용 리프트(공사용 승강기 정식 명칭)에는 근로자 3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건설용 리프트를 지탱하기 위해 아파트 공사 현장 외벽에 설치된 레일 형태의 마스트를 철거하던 중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한 층씩 내려오며 마스트를 하나씩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사고는 15층 높이에서 작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변모(37)씨와 함모(34), 원모(22)씨 등 3명이 숨지고 또 다른 변모(34)씨 등 3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두 변씨는 형제 사이로 확인됐다. 동생 변씨는 현재 다발성 골절 등 중상을 입고 원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변씨 형제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는 한 근로자는 “현장에서 늘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친구들이었다”며 “얼마 전에도 휴가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른 부상자 2명은 지상에서 작업 중이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로 알려졌다. ‘경상’으로 분류된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출입국관리소와 함께 행방을 찾고 있다.

이날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추락 재해 예방의 날’이다. 고용부는 매월 14일을 추락 재해 예방의 날로 정하고 정기적으로 건설현장을 순회하며 추락 예방 감독·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사고가 승강기를 지탱하기 위해 아파트 외벽에 설치한 레일이 뜯겨나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현장 한 관계자는 “레일 형태의 마스트를 고정하는 볼트가 헐거워져 리프트가 추락했거나, 기계 오작동으로 리프트가 레일을 벗어났을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용 리프트 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52)는 사고 현장을 둘러본 뒤 추락사고 현장 사진을 보며 “마스트를 연결하는데 볼트가 4개씩 들어가는데, 사고 당시 뜯겨나간 마스트를 보면 바깥 볼트 2개가 없다. 미리 선행작업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고용노동부 역시 “건설작업용 리프트 해체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며 “해체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고 근로자들이 사전에 마스트나 리프트 지지 구조물을 해체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거친 뒤 공사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부실시공이나 안전 의무 소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속초=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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