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수사 때 삼성지배구조 파악했던 이복현 검사 합류…삼바 수사 새 국면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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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주변에 세워진 담장. 김민상 기자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주변에 세워진 담장. 김민상 기자

지난 8개월간 이어져 온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혐의 수사가 수사팀 재정비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올해 상반기 삼성 임직원 8명이 삼바 사건과 관련,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분식회계라는 본안과 관련해 신병처리된 인사는 없다. 검찰 수사팀은 지금부터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수사에 집중할 예정이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삼바 분식회계 의혹 수사담당 부서를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바꿨다. 8개월간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49‧사법연수원 29기) 전 특수2부장은 지난달 말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승진했다.

 특수4부에는 이복현(47‧연수원 32기) 검사가 부임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2016년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국정농단을 수사했고, 삼성의 다스 해외소송비 대납 의혹 등을 다루면서 삼성 지배구조를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 삼성 뇌물 사건을 담당했던 부장인 만큼 연속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발표된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배치표에 따르면 특수4부는 옛 특수2부보다 1명이 줄어든 17명으로 구성됐다. 검사 4명이 나가고 3명이 새로 들어왔다. 국내 공인회계사와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갖춘 검사 2명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공판 부문 우수 검사로 선정된 검사 1명은 그대로 남았다. 새로 들어온 구성원 중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검사도 있다.

 이는 앞으로 삼바 수사가 분식회계 혐의에 집중하고, 기소 이후 공소 유지에도 힘을 싣겠다는 수사팀 계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부임 뒤 서울중앙지검에 특별공판팀 2개를 설치하는 등 공판과 송무 업무에 힘을 실을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윤 총장은 평소에도 후배 검사들에게 조사실보다 법정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을 주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구속 영장이 기각되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앞으로 삼바 수사에서 가자 관심이 가는 점은 김태한 삼바 대표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할지 등이다. 검찰은 김 대표를 상대로 지난 5월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달에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임직원과 김 대표간 진술이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며 “여러 가지 혐의 입증과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합리적인 수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 재청구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다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도 맞물려 있는 삼바 수사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이르면 이달말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과 함께 이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선고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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