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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병사들 초소 비우고 탄약고 술판···휴대전화로 치맥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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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근무 중 ‘술판’을 벌인 해군 병사들이 뒤늦게 무더기로 군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간부가 해당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아 그대로 묻힐 뻔한 사건이 부대 내 소원수리로 드러나면서다. 또 육군에선 현역 중위가 여자친구를 무차별 폭행해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잇따른 장병들의 일탈 행위에 군 기강해이가 또 도마에 올랐다.

근무 중 휴대전화 반납 규정 어겨 #중대장은 적발 뒤 상부 보고 안 해 #한 달 후 소원수리 접수돼 알려져 #육군에선 중위가 여친 폭행 체포

13일 해군에 따르면 경남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소속 A상병 등 6명은 지난 5월 14일 0시40분부터 약 80분 동안 근무 중인 초소 내에서 치킨과 맥주·소주를 배달시켜 먹었다. 탄약고 근무 중인 A·B 상병이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아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4월 시작된 ‘병 휴대전화 시범 사용’ 규정상 휴대전화 사용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지만 이들은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았고, 간부들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A·B 상병은 휴대전화로 근처 치킨집에 술과 음식을 주문했고, 후문 초소 근무자인 C·D 상병이 이 배달된 음식을 후문 틈새로 받아 탄약고로 향했다. 근무가 없던 동료 E·F 상병이 여기에 합류하면서 술자리는 6명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후문 초소는 텅 빈 채로 뚫려 있었고, 술판이 벌어진 탄약고도 경계 태세가 무너진 상태였다.

병사들의 규정 위반은 당일 생활관 선임지도관이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전화를 검사하면서 적발됐다. A상병의 휴대전화에서 당시 술판이 ‘인증샷’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접한 중대장 최모(27) 대위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중대장 재량으로 이들에 대해 외박 제한 명령만 내렸을 뿐이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사건은 지난 6월 10일 해당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이 소원수리함에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이후 헌병대가 조사에 착수했고, 사건을 송치받은 군 검찰은 A·B·C·D 상병을 초소이탈 및 초령위반 혐의로 지난 12일 불구속 기소했다. 해군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아니었던 E·F 상병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며 “최 대위 역시 징계위를 통해 지휘·감독 소홀과 보고 임무 위반 혐의 등으로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에선 현역 중위가 모텔에서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육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시쯤 진모(23) 중위는 경기도 고양시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B씨를 때려 갈비뼈와 눈에 상처를 입혔다. 경찰 조사에서 진 중위는 B씨가 잠든 사이 몰래 B씨의 스마트폰을 훔쳐본 뒤 B씨가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자신을 험담한 것을 알고 화가 나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진 중위의 신병을 군 헌병대에 넘기고, B씨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군은 앞서 6월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을 놓친 데 이어 7월엔 평택 2함대에선 근무 중이던 병사가 음료수를 사러 경계지를 이탈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군기 강화를 강조해 왔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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