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소급 논란…“재산권 침해 위헌” “법 보호대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해 11월 13일 철거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3일 철거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12일 발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을 두고 위헌 논란이 불거졌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단지의 적용 기준이 헌법에서 금지하는 '소급 입법'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비사업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지 #2017년엔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 #이번 발표에선 포함으로 기준 변경 #소급 입법 여부 두고 논란 거세

국토교통부는 “상한제 지역 지정 후 입주자 모집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2017년 11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요건 변경 당시에는 “상한제 지역 지정 후 (입주자 모집 전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했다. 관리처분계획은 일반분양계획 등을 담은 최종 사업 계획이다.

현재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일반분양을 앞둔 단지들의 경우 예상치 못하게 분양가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일반분양을 앞둔 사업장에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얻으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규제에 소급 적용돼 분담금이 늘어나고 결국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집을 철거하고 이사까지 한 사업장은 “이주를 위해 이주자금을 대출받아 금융비용으로 나가는 손해도 크다”며 “그렇다고 사업을 그만둘 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서울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66곳 6만8000가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박일규 조운법무법인 변호사는 “소급 입법에 따른 재산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일규 조운법무법인 변호사는 “혹여 이런 규제를 도입하는 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이번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규제에 따라 ‘분양 시장의 로또화’나 ‘장기적으로 공급 감소에 따른 집값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위헌 여지가 적다”는 쪽도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열린 변호사는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할지라도 그 이익은 법률상 보호해야 할 이익이 아닌 기대 이익에 불과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처분 과정에서 정해지는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 분양가는 추후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 등을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정 변호사와 비슷한 입장이다.

정원 법무법인지평 변호사는 “위헌 여지가 있을지라도 헌법재판소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걸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 위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입법 과정에서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으로 규제의 도입 시기와 절차, 방식, 상한액이 정해져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세부 기준은 14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관련 법령 입법예고를 거쳐 확정된다. 입법 과정에서 정비사업 단지의 적용 기준이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