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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재판서 ‘지연전략’ 놓고 검찰-변호인 공방

중앙일보

입력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사면된 지 22년만에 5·18 관련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광주지법에 피고인 신분으로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2019.03.11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사면된 지 22년만에 5·18 관련 사자명예훼손혐의로 광주지법에 피고인 신분으로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2019.03.11 프리랜서 장정필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재판 지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였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된 부대의 헬기 조종사 13명의 증인출석을 통해 헬기 사격에 대한 재입증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2018년부터 첫 재판부터 '연기' 거듭한 재판 #변호인측, 5·18 헬기 조종사 13명 증인 요청 #검찰, 96년 수사결과 등 헬기사격 입증 주장

광주지법은 12일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에 앞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지목된 부대에서 근무한 조종사 1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 조종사는 소재가 모두 확인되지 않아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선 1심 선고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5월 첫 재판부터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올해 3월에야 전 전 대통령의 첫 출석이 이뤄졌다.

이에 검찰은 조종사들에 대한 증인출석을 통해 헬기 사격 여부를 확인하는 대신 1996년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기록 등을 통한 ‘서증(문서)조사’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헬기 사격은 입증된 사실인 만큼 조종사들의 추가 증인신문까지는 필요치 않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검찰이 서증조사를 요청한 1996년 12·12와 5·18에 대한 1심 선고판결문 등에는 당시 신군부 세력이 무장헬기 및 전차로 시민군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린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 1명만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측은 5·18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지만, 공판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1명만 출석시켰다는 설명도 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고 표현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고 표현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정 변호사는 검찰의 서증조사 요청에 “서면으로 반대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다음 재판기일에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과 5·18 연구 교수 등을 증인 신청하자 “검찰이 재판지연 중”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검찰이 변호인에게 지연전략을 쓴다. 하지만 검찰에 맞서 반박 증거를 내야 해 (재판이 지연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에게 지연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조종사 증인신청에 대해서는 사전조사가 있는데 왜 또 조사하냐는 이의신청이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향후 재판에서는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이 내려진 『전두환 회고록』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전두환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모욕한 것이 거짓이냐는 여부이기 때문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회고록 1권 5쪽 분량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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