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까진 예상 못해”…'7개월 영아 사망' 부모 재판서 무슨 말 했나

중앙일보

입력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A씨 부부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기 위해 지난 6월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생후 7개월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있는 A씨 부부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기 위해 지난 6월 인천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인천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 영아를 5일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A씨(21) 부부가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부인했다. 12일 오후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다.

이날 각각 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자리에 앉아 담담히 판사를 바라봤다. 푸른색 수의를 입은 아내 B양(18)은 재판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A씨 부부 측 변호인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아이를) 상대방이 서로 돌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사망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다”며 “살인죄가 아니라 아동학대치사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사망을 인지한 시점이 금요일이라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의논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던 것이지 유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 부부가 생후 7개월 된 영아를 장기간 수분을 섭취하지 않은 채 홀로 방치하면 숨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아이를 돌보지 않고 홀로 내버려 둬 사망하게 한 A씨 부부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들이 추후 숨진 아이를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은폐한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적용했다.

아내(18)는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는 “딸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했으나 이날 말을 바꿨다. 검찰은 A씨 부부에 대한 살인죄와 사체유기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숨진 영아에 대한 부검을 추가 의뢰하기로 했다.

“아이 방치한 채 게임하거나 술자리 가져”

아이를 방치한 뒤 B양은 지인들과 여러차례 술자리를 가졌다. [사진 B양 페이스북 캡쳐]

아이를 방치한 뒤 B양은 지인들과 여러차례 술자리를 가졌다. [사진 B양 페이스북 캡쳐]

A씨 부부는 지난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숨진 영아는 지난 6월 2일 딸 부부가 연락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파트를 찾은 외조부모에게 발견됐다. 아이는 당시 종이상자에 담긴 채 거실 바닥에 놓여있었다. 주변에는 A씨 부부가 키우던 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아이 양육 문제와 외도 등으로 다툰 뒤 서로 아이를 돌볼 거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A씨 아내는 검찰 조사에서 “딸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지만 A씨는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집을 나간 동안 각자 지인들과 게임을 하거나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부부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5일과 10일에 열릴 예정이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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