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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때리고 트럼프·시진핑만 챙기는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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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연합뉴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최근 홍콩 정세와 관련해 중국 당과 정부가 취하는 입장과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11일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이 관영 매체인 중통을 통해 중국의 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기는 이례적이다. 외무성이 통상 중통을 통해 입장을 내는 건 대미 또는 대남 메시지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이 중통을 통해 중국 관련 입장을 낸 건 지난해와 올해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외무성이 미국, 한국이 아닌 제3국의 문제로 중통에서 입장을 표명한 건,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사건이 있고 난 뒤인 지난 3월 31일 “외무성 대변인, 에스빠냐(스페인)의 해당 당국이 조선대사관 습격사건 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전부다.

北외무성, 홍콩문제 中지지 표명 '이례적' #외무성, G2 챙기고 한국 때리는 외교 전략 구사

외무성이 중통 기자와의 문답, 담화 등의 형식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건 통상 중요한 대외 메시지로 풀이되는데, 미국·한국이 아닌 대중 메시지를 낸 건 중국을 그만큼 챙기고 있다는 방증이란 관측이다.

6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벌어진 폭동진압 훈련에서 시위대를 가장한 사람들이 중국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대는 검은 옷에 마스크를 써 홍콩 시위대를 상정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6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벌어진 폭동진압 훈련에서 시위대를 가장한 사람들이 중국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시위대는 검은 옷에 마스크를 써 홍콩 시위대를 상정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외무성 대변인은 11일 중통 기자와의 문답에서 “중국의 내정인 홍콩 문제에 간섭하여 홍콩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파괴하고 시민들의 생명 재산을 해치려는 외부세력들의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는 데 대하여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반대 배격한다”며 “홍콩은 중국의 주권과 안전, ‘한 나라 두 제도’를 파괴하려는 임의의 나라나 기구, 개인의 행위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을 비난하는 듯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로 미국과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며 “이런 북·미 밀착을 탐탁지 않아 하는 중국을 고려, 현 국면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홍콩 문제에서 외무성이 직접 나서 중국 편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에 정예 측근들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회동에 정예 측근들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의 의전을 전담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특히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외무성이 외교 채널 전권을 가져간 후 ‘G2(주요 2개국)’ 챙기기 외교 전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방북을 전격 성사시키며, 시 주석을 극진 예우하는 한편 미국에는 김 위원장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챙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하노이회담 때까지 한국 정보당국과 소통했던 북한 통일전선부가 뒤로 밀리며 외무성의 ‘한국 때리기’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6·30 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로는, 외무성이 대미 메시지 창구임에도 ‘남조선 당국자'를 비난하는 일이 늘고 있다. 중통과 외무성 등은 “남조선 당국자 평양발 경고 무시하지 말 것”(7월26일)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 치를 것”(8월6일·8일) “군사연습 걷어치우기 전에는 북남 접촉 자체 어렵다”(8월11일)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11일) 등으로 비난 수위를 점점 올리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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