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서울 서초구의 경부고속도로 양재IC 부근에서 초등생 80여명을 나눠 태운 전세버스 3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당시 학생들은 경북 안동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던 길이었다. 이 사고로 초등생 12명이 다쳤다. 경찰은 해당 버스들이 바싹 붙어 달리는 ‘대열 운행’을 하던 중 앞에서 사고가 난 것을 발견한 선두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용 차량 사고 이제 그만 <하> #교통안전공단 10년간 사고 분석 #퇴사율 높을수록 인명사고 많아하>
#. 6월에는 충남 아산의 한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던 대형 화물차와 직진하던 45인승 통근용 전세버스가 충돌했다. 신호위반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와 버스운전자 등 2명이 숨졌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2명이 다쳤다. 당시 화물차와 충돌한 버스가 인근 상가로 돌진했지만, 상가 안에 사람이 없어 추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관광 또는 통근용으로 많이 쓰는 전세버스 사고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최근 10년간(2009년~2018년) 전세버스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043건이던 전세버스 사고는 지난해 1151건으로 증가했다. 이 사이 사고 건수는 증감을 거듭했지만 2009년보다 적은 해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사업용 자동차의 사고 건수는 대체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2009년 5만2687건에서 지난해에는 4만5122건으로 14%가량 줄었다.
다행히 전세버스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9년 72명에서 지난해엔 26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사고유형은 크게 바뀌었다. 2009년에는 차량끼리 부딪치는 ‘차대 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39.4%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차대 사람’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6.9%를 차지했다.
서상언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전세버스의 주된 이용목적이 일회성 나들이에서 통근·통학 같은 정기적 운행으로 바뀜에 따라 전세버스가 비교적 보행자가 많은 도로를 운행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차대 사람’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전세버스가 다른 사업용 차량보다 운전기사의 퇴사율이 높은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3년간(2015년~2017년) 사업용 운수회사의 업종별 퇴사율을 살펴보면 전세버스는 평균 퇴사율이 58.1%로 전체 사업용 운수회사의 평균 퇴사율(23.6%)보다 2.5배나 높았다. 운전기사의 퇴사율이 높다는 건 숙련된 인력이 그만큼 부족해진다는 것으로 사고 위험 또한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전세버스 회사 가운데 퇴사율이 50% 초과인 곳과 이하인 곳의 사고를 비교했더니 사망사고와 부상사고에서 퇴사율 50% 초과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81%와 75.3%나 됐다.
서 책임연구원은 “특히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았다”며 “퇴사율을 운수회사의 안전관리 지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소비자가 보다 안전하게 전세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전세버스 교통안전정보 공시제도’를 적극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중앙일보·한국교통안전공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