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재팬' 영향 …7월말 일본 내 카드 결제액 뚝 떨어져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시작된 불매운동인 '보이콧 재팬'의 영향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카드사의 일본 내 가맹점 결제금액이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휴가절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비쳐보면 이례적이다. 인천공항의 일본 노선 수요도 빠르게 줄면서 이번달 일본 내 카드 결제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행 비행기 수요도 계속 줄어 #이달 결제액은 더 줄어들 전망

 8일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업계 카드사 8곳(KB국민ㆍ롯데ㆍ비씨ㆍ삼성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현대)의 일본 내 가맹점 결제금액이 월말로 갈수록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첫 주(1일~7일) 국내 카드사의 일본 가맹점 결제금액(이하 일본 결제금액)은 총 223억2000만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일본 결제금액(187억1000만원) 대비 19.3%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 일본 가맹점 신용카드 사용액 추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카드사 일본 가맹점 신용카드 사용액 추이.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발한 것은 지난달 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 소셜미디어를 통해'보이콧 재팬(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불매 운동이 함께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이 7월 첫 주다.

 7월 둘째 주(8~14일)에는 일본 결제금액이 총 210억3000억원으로 한 주 전보다 13억원 정도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결제금액(186억원)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13.1%가 늘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둘째주부터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일본행 항공기 표를 취소했다는 등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일본 불매 운동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셋째 주(15~21일)부터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 일본 결제금액은 190억3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1억원)보다 0.4% 줄었다. 7월 넷째 주(22~28일)가 되자 결제금액(189억4000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00억1000만원)과 비교해 5.3%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도 더 적극성을 띄었다. 취소 위약금을 물기 싫어서 일본 여행길에 오르는 국민 가운데 "10원 한장 엔화로 환전하지 않았다"거나 "물 한 잔도 안 사 먹겠다"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소식까지 나올 정도였다.

 8월로 이어진 7월 다섯째 주(29일∼8월 4일)에는 일본 결제금액이 161억1000만원까지 줄었다. 1년 전(202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9.1%나 줄었다.

 7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에 결제액의 이러한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이태운 여신금융협회 상무는 "수치를 보면 지난해와 달리 7월 말에 가까워질수록 카드 결제 금액이 감소했다"며 "반일 감정이 고조에 따른 일본여행과 일본제품 구매자제 움직임으로 (일본 내) 카드결제 사용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내 카드 결제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기 노선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7월 첫 주 인천국제공항 일본 노선 수요는 지난해보다 11.4% 늘었지만 둘째 주 3.5%로 급격히 둔화한 뒤 넷째 주(-1.4%)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마지막주에는 1년 전보다 10.8% 감소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인천공항 기준 일본 노선의 수요는 예약 취소 부담이 적은 7월 말부터 8월 초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듯하다"며 "8월부터는 공급량 축소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사도 일본 노선 감축에 나섰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인천, 무안, 부산에서 각각 출발하는 9개 일본 노선의 감편을 결정했다.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도 일본행 노선을 감축하기로 했다.

 대형항공사(FSC)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7일 부산~오키나와 노선을 오는 23일부터 중단한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일부 노선은 소형 기종으로 변경해 운항한다. 대한항공도 부산~삿포로 노선의 운휴를 결정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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