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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러브콜에…유승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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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유한국당이 8월을 맞아 배경판을 교체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넷째·다섯째) 등 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안보에는 너 나 없다! 뭉치자 대한민국’ 문구가 쓰인 회의실 배경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보라·김광림·김순례·조경태 최고위원, 나 원내대표, 황 대표, 정갑윤·심재철·원유철 의원. 김경록 기자

자유한국당이 8월을 맞아 배경판을 교체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 넷째·다섯째) 등 지도부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안보에는 너 나 없다! 뭉치자 대한민국’ 문구가 쓰인 회의실 배경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보라·김광림·김순례·조경태 최고위원, 나 원내대표, 황 대표, 정갑윤·심재철·원유철 의원. 김경록 기자

자유한국당 발(發) 보수 야권 재편론이 스며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 유 의원 좀 (우리 당에) 오라고 (언론이 얘기)하라. 와서 수도권 선거 좀 (한국당과) 같이 하라고 하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이길 비책은 있나”라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나 원내대표는 “그것(유승민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입당 권유 놓고 한국·미래당 술렁 #장제원 “나경원 용기 있는 구상” #김진태 “올 마음 없는데 몸값 높여” #손학규 “유승민 이제 솔직해져라”

한국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유승민 의원의 입당 권유와 서울 출마를 거론한 건 이례적이다. 8개월 뒤 총선에 대비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을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회동한 것을 두고 한국당-우리공화당 ‘선거연대설’이 돌았는데, 나 원내대표가 중도보수 쪽으로 좌향좌한 것 아니냐는 거다. 우리공화당과의 연대설에 “2016년(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던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의 진로와 통합 방향에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는데 ‘청량제’ 같은 인터뷰를 읽었다”고 환영했다.

장 의원은 이어 “반드시 함께할 통합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을 거명한 것은 당의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반면 강성 보수인 김진태 의원은 “당내 의견이 모이지 않았는데 불쑥 개인 의견을 던지는 건 당에 도움이 안 된다. 원내대표의 월권이다.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뉴스1]

유승민. [뉴스1]

유 의원과 갈등을 겪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 보는지’라는 취재진 질문에 “난 그것 보고 유승민 의원 내지 유승민 계열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지 한국당 사이에 구체적인 얘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느꼈다. 이제 유승민도 솔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전날엔 유 의원 등 한국당 출신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시라”고 말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과 교감하고 발언했는지는 미지수다. 나 원내대표 자신은 “언론이 얘기하라”는 형식으로 말해서다. 유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나 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나 원내대표가 별다른 정지 작업 없이 일단 던진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런 경우라면 당장 보수 재편으로 구체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계 개편 시나리오와 함께 한국당 내에선 ‘영남 물갈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의 혜택을 받은 이들(다선 의원)은 험지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당 관계자는 “영남 텃밭에서 친박으로 무난히 배지를 달아온 의원들을 겨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의 신상진 위원장은 최근 수차례 “현역의원 최소한 절반 이상은 물갈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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