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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공개 러브콜에, 유승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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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발(發) 보수 야권 재편론이 스며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 유 의원 좀 (우리 당에) 오라고 (언론이 얘기)하라. 와서 수도권 선거 좀 (한국당과) 같이 하라고 하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이길 비책은 있나”라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나 원내대표는 “그것(유승민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고도 했다.

5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5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한국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유승민 의원의 입당 권유와 서울 출마를 거론한 건 이례적이다. 특히 총선이 8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총선 전 한국당-바른미래당 통합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회동한 것을 두고 한국당-우리공화당 ‘선거연대설’이 돌았는데, 나 원내대표가 중도보수 쪽으로 좌향좌한 것 아니냐는 거다.

우리공화당과의 연대설에 “한국당이 2016년(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던 비박계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당의 진로와 통합의 방향에 대해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는데 ‘청량제’ 같은 인터뷰를 읽었다”고 환영했다.

장 의원은 이어 “반드시 함께해야 할 통합의 대상으로 유승민 의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며 “나경원 원내대표의 끊임없는 노력과 유승민 전 대표의 대승적 큰 결단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중앙포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중앙포토]

반면 강성 보수인 김진태 의원은 “당내 의견이 전혀 모이지 않은 상태에서 저렇게 불쑥 개인 의견을 던지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내대표의 월권이고 개인 의견이다.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분을 자꾸 건드려 몸값만 높여줄 필요가 없다”는 비판 입장을 냈다. “우파 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있는 당이 또 쪼개져야 되겠나”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과 갈등을 겪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 보는지’라는 취재진 질문에 “난 그것 보고 유승민 의원 내지 유승민 계열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지 한국당 사이에 구체적인 얘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구나 느꼈다. 이제 유승민도 솔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전날엔 유 의원 등 한국당 출신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시라”고 말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과 교감하고 발언했는지는 미지수다. 나 원내대표 자신은 “언론이 얘기하라”는 형식으로 말해서다. 유 의원도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나 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은 “유 의원을 반응으로 보건대 교감했을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나 원내대표가 별다른 정지 작업 없이 일단 던진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런 경우라면 당장 보수 재편으로 구체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계 개편 시나리오와 더불어 한국당 내에선 ‘영남 물갈이’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가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의 혜택을 받은 이들(다선 의원)은 험지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서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영남 텃밭에서 친박으로 무난히 배지를 달아온 의원들을 겨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천룰을 논의하는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의 신상진 위원장은 최근 여러 인터뷰를 통해 “현역의원 최소한 절반 이상은 물갈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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