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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 마쳤더니...희귀암 걱정해야 하는 환자 5763명

중앙일보

입력

식약처기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 ‘바이오셀 거친표면 인공유방(네트렐)’ 등 일부 제품 회수에 착수했다. [엘러간 홈페이지]

식약처기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 ‘바이오셀 거친표면 인공유방(네트렐)’ 등 일부 제품 회수에 착수했다. [엘러간 홈페이지]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뒤에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용해 재건 수술을 받은 환자 5000여명이 희귀암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하고 보형물을 이용해 재건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최근 희귀암 유발 가능성이 있어 회수 조치된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을 사용한 환자가 5763명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희귀암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엘러간의 인공유방 보형물 ‘바이오셀 거친 표면 인공유방(제품명 내트렐)’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했다. 해당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에게서 희귀암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CL)’이 발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라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회수 조치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진행된다.

이날 최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한 ‘엘러간사 거친표면(BIOCELL) 제품사용 유방재건수술 환자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일반적인 유방 성형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유방암 환자가 유방 재건 수술을 받는 경우에 한해 2015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2015년 4월~2019년 6월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보형물을 이용해 유방재건 수술을 한 환자 1만3336명 중 문제의 제품을 이식한 환자는 576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5년에는 1084명, 2016년에는 1492명, 2017년에는 1313명, 2018년에는 1413명, 2019년 6월까지 461명이 이들 제품을 사용했다.

최 의원은 “유방암을 치료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들은 졸지에 보형물에 의한 희귀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LCL)은 유방암과는 관계 없는 질환이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일종으로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암이다. 1997년 유방보형물을 가진 환자에게서 처음 보고된 이후 꾸준히 유방 보형물과 ALCL 발생과의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유방보형물에 의한 ALCL(BIA-ALCL)을 림프종의 일종으로 규정했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형물 의 거친표면 구조에 의한 만성 염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국내에서는 환자가 발생한 적이 없다. 최 의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엘러간의 거친표면 유방보형물이 다른 제조사 제품에 비해 BIA-ALCL을 일으킬 위험이 6배 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또 FDA는 BIA-ALCL은 발병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우려했다. 엘러간 제품으로 발병한 것으로 의심되는 BIA-ALCL 환자는 미국(152건, 사망 5명), 호주(82건, 사망 3명), 프랑스(59건, 사망3명)등이다.

최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한국엘러간사의 회수계획서’에 따르면, 회수 대상인 내트렐 전체 수입량은 30개 모델 11만 7787개로 현재 재고로 파악된 3294개를 제외한 대부분인 11만4493개가 유통됐고 대부분 환자에게 이식됐다. 또 국내에 유통된 거친표면 유방보형물은 2007년 처음 허가된 이후 2018년까지 6개 회사 총 21만 3000여개로 파악됐다. 하지만 식약처는 “몇 명이 몇 개를 시술받았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식약처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파악과 피해보상 방안 등을 수입판매사가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의료기기를 수입해 판매하는 회사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해 환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심평원을 통해 확인된 이식환자 5763명은 의료기록 확인 등으로 역학조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의료기기 수입판매 회사에 안전성에 관련된 정보를 의존할 것이아니라, 식약처가 직접 가용한 정보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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