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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5G 시키신 분"…프리미엄 폰이 부른 5G ‘방문 케어’ 시대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마장동에 거주하는 김효진 고객이 KT의 '여기 오지(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KT샵에서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여기 오지' 서비스를 신청하면 컨설턴트가 직접 희망 장소로 방문해 배송, 개통, 데이터 이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데이터를 옮기는 동안 VR체험이나 룰렛 사은품 이벤트 등도 즐길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사진 KT]

서울시 마장동에 거주하는 김효진 고객이 KT의 '여기 오지(5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KT샵에서 5G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여기 오지' 서비스를 신청하면 컨설턴트가 직접 희망 장소로 방문해 배송, 개통, 데이터 이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데이터를 옮기는 동안 VR체험이나 룰렛 사은품 이벤트 등도 즐길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사진 KT]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5시 서울시 마장동의 한 아파트. 생후 10개월 된 아들을 돌보며 육아 휴직 중인 직장인 김효진(34) 씨는 2명의 방문객을 맞았다. 장희남 KT 컨설턴트가 “갤럭시 S10 5G 주문하신 분 맞죠?”라며 거실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 차재옥 컨설턴트는 “구매 시 카드 포인트를 안 썼던데, 포인트를 조회해봐 드리겠다”며 김 씨도 몰랐던 카드 포인트를 찾아내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할인해줬다. 사진ㆍ동영상,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데이터를 옮기는 동안 두 컨설턴트는 김 씨가 무료하지 않도록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영화를 보여줬다. 목에 걸면 360도 촬영된 화면을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는 5G 넥밴드도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이벤트 룰렛을 통해 3가지 선물 중 당첨된 선물도 증정했다. 김 씨는 무선 충전기를 선물로 받았다. 김 씨는 “더운 날씨에 아기와 함께 외출할 엄두가 안 나 신청했는데 진짜 올 줄은 몰랐다”며 “추가 비용 없이 집에서 개통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배달·개통·데이터 이전에 VR 체험까지 무료 

 5G 시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열면서 관련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5G 구매 고객은 대부분 기본요금이 5만 원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선 VIP 고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세대(LTE) 고객이 월평균 약 4만 2000원(통신사 할인 적용 기준)의 통신비를 냈다면, 5G에선 평균 약 6만원 수준(약정 할인 적용 기준)의 통신비를 내기 때문에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ㆍ아르푸)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방문 케어’라는 이색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KT는 5G가 본격 상용화된 4월 5일부터 직영 온라인몰인 KT 샵을 통해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해 단말을 개통하고, 데이터 이전, 통신요금 컨설팅까지 제공하는 ‘여기 오지(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인 1조로 된 3개 팀이 카니발 1대와 모닝 2대로 운행한다. KT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이동 거리가 3만 1473km에 달한다. KT 측은 “공기기를 배달해 주고 개통해 주는 타사의 서비스를 보완해 배달, 개통, 데이터 이전 서비스, 체험, 기존 인터넷 서비스 케어까지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KT의 '여기 오지(5G)' 서비스 차량 외관. [사진 KT]

KT의 '여기 오지(5G)' 서비스 차량 외관. [사진 KT]

'007작전'처럼 택배 차량 따라 다니며 개통도

 KT가 방문 케어 서비스를 3달 넘게 운영해 본 결과 장애인ㆍ노약자 이외에도 수요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 컨설턴트는 “산후 조리원, 은행 직원, 택배 기사 등 잠시라도 자리를 뜰 수 없는 고객이 주요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택배 기사의 경우, ‘007 작전’을 방불케 하듯 택배 차량을 따라 이동하면서 새 스마트폰을 개통했다고 한다. 근육병으로 몸이 불편한 김동현(28) 씨도 해당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 씨는 “집에만 있는데 왜 좋은 휴대폰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집에만 있기 때문에 휴대폰이 더 중요하다”며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자 배달처럼 늦으면 영화 표 2장 

 이런 방문 케어 서비스 형태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KT는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시행하는 해당 서비스를 이달부터 대전ㆍ세종ㆍ광주ㆍ대구ㆍ울산ㆍ부산 등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중고폰 보상 판매 기능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역시 4월 26일부터 공식 온라인몰 유플러스샵을 통해 5G 휴대폰을 구매하는 고객 대상으로 ‘3시간 배송’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시간 내 배송이 되지 않으면 영화예매권 2매를 증정하는 지연 보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해온 ‘오늘 도착’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몰인 T월드다이렉트를 통해 오늘 도착 서비스를 신청하면 전문 배송 기사가 휴대폰을 배송해주고, 미리 신청한 고객에겐 데이터 전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폰인 ‘갤럭시 노트 10’의 출시에 맞춰 배달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는 “그동안 대동소이한 서비스로 비판을 받아 온 이통 3사가 5G를 계기로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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