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평화경제” 언급 다음날, 북한 또 미사일 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이 6일 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지난달 25일 이후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네 번째다.

황해남도 과일서 동해로 2발 #북한 다양한 지역 미사일 전력화 #합참 “신형 단거리 탄도탄 추정” #청와대 “과거에도 잦았던 일”

군 합동참모본부는 6일 “오전 5시24분경, 오전 5시36분경 북한이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며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발사체는 최대 고도 약 37㎞를 찍으며 450㎞ 넘게 비행해 북한 내륙을 통과한 뒤 동해에 떨어졌다.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6.9(시속 8453㎞) 이상이었다.

북한, 황해남도 과일서 발사체 2발 발사

북한, 황해남도 과일서 발사체 2발 발사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저고도→활강→도약의 비행특성을 보였다면서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이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일군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떨어진 후방 지역이다. 북한은 이날 동해 쪽으로 쐈지만 방향을 남쪽으로 틀면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앞서 5월 4일과 9일, 7월 25일과 31일, 8월 2일엔 KN-23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발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들 신무기를 다양한 지역과 조건에서 발사하면서 실전배치를 앞당기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인 이날 2발의 발사체를 쏘자 문 대통령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았고, 청와대는 오전 7시30분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서훈 국정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김유근 안보실 1차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경제’를 강조한 바로 그다음 날이다. 전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화이트 국가(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가 있던 지난 2일 이후 두 번째로 공개 메시지를 냈는데, 핵심은 북한과의 경제 교류를 통한 내수 진작을 의미하는 평화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일본 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시장이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비판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북한과 함께 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응은 남한을 사정거리에 두는 발사체 시험이었다. 여섯 차례 시험이 모두 그랬다.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 ‘미국과 남조선당국’을 거론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남조선당국은 우리(북한)로 하여금 국가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조치들을 취하도록 떠민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한·미 당국이)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도 위협했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 직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경우가 과거에도 잦았다”며 “결국엔 원칙과 방향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통해 남북이 평화의 토대 위에서 공동으로 번영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소집 대신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연 것과 함께 대북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철재·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