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규모, 한국의 '53분의 1'…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 카드로 ‘남북 경협’을 꺼내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한국(1898조5000억원)의 1.9%에 불과한 35조9000억원이다. 한국의 53분의 1 수준인데, 2017년 50분의 1이었던 데 비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북한의 1인당 GNI는 142만8000원으로 역시 한국(3678만7000만원)의 3.9% 수준에 머문다. 북한의 1인당 GNI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1171달러로 캄보디아(2017년 기준 1300달러)·미얀마(1234달러)보다는 낮고, 아프리카의 모리타니(1124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북한은 지난해 국제사회 제재와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의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4.1% 하락했다. 이는 -6.5%를 기록한 1997년 이후 21년 만에 최저치다. 2017년(-3.5%)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대외교역 규모(남북 간 반출입 제외)도 전년보다 48.8%나 줄어든 28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수출(2억4000만달러)은 전년 대비 86.3%나 급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경우 북한이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북한은 달러화를 사실상의 통화로 쓰고 있는데, 대북제재가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북한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경제를 움직이는 기본 통화는 북한의 원화가 아닌 달러나 중국의 위안화다. 2013년 이후의 탈북자 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 원화를 주요 화폐로 사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3.4%에 그쳤다. 북한 원화는 북한 경제에서 부차적인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료: KDI

자료: KDI

대북제재가 실시되면 북한경제로 달러유입이 차단돼 대외부문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달러로 움직이는 북한의 시장을 위시한 모든 경제부문이 부정적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북한 경제 위기가 ▶교역 충격 ▶제1차 소득충격 ▶통화 충격 ▶제2차 소득충격 ▶위기의 다섯 단계로 진행한다고 봤다. 2017년 하반기부터 북ㆍ중 무역이 급감하면서 교역충격이 현실화했고, 2018년에는 이로 인해 대외경제부문의 소득이 하락하고, 하반기 이후에는 대내 부문의 소득이 하락하는 등 소득충격 현상이 나타났다.

이석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경제활동 전반이 본격적으로 위축되면서 연쇄적인 소득의 하락이 나타나면 김정은 시대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던 북한의 새 경제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