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유승민 혼자 떠나라" 작심비판···유 "사과하라"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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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5일 정면충돌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5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의원(오른쪽 두번째)이 5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을 거명하며 공개 비판했다. 전날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유승민 의원이 지난 달 7일 저와 만났을 때 ‘손학규 퇴진이 첫 번째고, 그 외 다른 혁신안들은 사소하고 가치없다’고 말했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면서 “바른정당계가 저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자유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 가려면 혼자 가고,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접어라. 이 당을 한국당에 갖다 바치는 것만큼은 제 온몸을 바쳐서라도 막겠다”고 했다. 이어 “넉 달여 간 정치인생을 송두리째 짓밟히는 경험을 했다. 당 대표 권리를 부정당하고 찢기고 짓밟혔고, 상상도 못할 모욕과 조롱까지 당했다”며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민주평화당과도 통합하지 않을 것이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연대하는 일도 결코 없을 거다. 제가 끌려다니고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일은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평화당 비당권파와의 ‘제3지대론’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셈이다.

유 의원은 즉각 반박문을 내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유 의원은 반박문에서 “주 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대표의 퇴진을 혁신위 최우선 안건으로 요구한 적이 없고, 그외 안건은 모두 사소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 교체는 이미 혁신위가 안건으로 결정한 내용이었는데, 그걸 제가 뒤늦게 요구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손 대표가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바른미래당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혁신위를 두고 한 달 째 진실공방을 벌여왔다. 당권파인 임재훈 사무총장이 지난 달 21일 “7월 7일 유 의원이 혁신위원 한 명을 만나 ‘손학규 퇴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유 의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7일 만난 혁신위원은 주 전 위원장이며, 당 대표 퇴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주 전 위원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재반박하자, 남은 혁신위원 5명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주 전 위원장이 권성주 혁신위원에게 ‘손 대표 측에서 퇴진 요구만 막아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진실공방에서 손 대표는 그간 장막 뒤에 있었다. 그러다 이날 이례적으로 유 의원을 공격한 건 이날 시작되는 혁신위의 공개검증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혁신위원 5명은 지난 1일 지도부에 ‘총선 승리 비전 공개검증’ 요청서를 보낸 뒤 이날 오후 3시 오신환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를 거부한 상태다.

유 의원을 포함한 비당권파는 손 대표가 “추석 전 지지율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한 발언을 고리로 손 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손 대표는 해당 발언이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이미 다 말씀드렸다”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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