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멋진데, 저건 뭐지?"···외국인 놀란 뜬금없는 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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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출입 2번게이트 '청계천 안심초소'가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시설인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청계천과 청계광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 박해리 기자

청계천 출입 2번게이트 '청계천 안심초소'가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시설인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청계천과 청계광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 박해리 기자

지난 2일 한국 관광을 온 미국인 엔지 켈라거(22·여)는 청계광장을 찾았다. 여행 사이트의 소개를 읽고 청계천을 꼭 와보고 싶었다던 켈라거는 “빌딩 숲속에 이런 개천이 흐르니 풍광이 멋지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이 유지·안전관리 위해 설치 #공단 측 “보행이나 행사에 지장 주지 않아” #전문가 “어느 광장서도 경비초소 보지 못해 #꼭 광장에 둬야 한다면 미관 해치지 말아야”

카메라를 360도로 돌려가며 청계천과 청계광장의 모습을 동영상에 담던 켈라거는 어느 한 지점에서 속도를 내 지나갔다. 그는 “청계천과 광장을 모두 담고 싶은데 사진으로는 한 번에 들어오지 않아 동영상을 찍었다”며 “하지만 작은 박스 같은 건물이 풍광을 망치는 거 같아 그 부분은 빨리 지나쳤다”고 말했다.

켈라거가 말한 건물은 청계천 초입에 있는 ‘청계천 안심초소’다. 청계천 출입 2번 게이트 옆에 있는 이 초소는 한 사람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서울시 등에 확인 결과 이 초소는 무허가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계광장은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곳으로 청계초소 역시 시설공단 소유다. 초소는 청계천을 관리하는 공단 소속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직원들은 4조 2교대로, 24시간 경비 근무를 한다. 약 100m 떨어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휴게공간을 따로 두고 있으며 청계 초소는 근무할 때 사용한다.

청계천초소와 약 100m 떨어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청계천 경비 직원들의 휴게공간 건물은 따로 있다. 박해리 기자

청계천초소와 약 100m 떨어진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청계천 경비 직원들의 휴게공간 건물은 따로 있다. 박해리 기자

초소는 정식으로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지 않았다. 한유석 서울시 하천관리과장은 “청계천 광장 업무 자체를 시설공단에 위탁했기 때문에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한다”며 “유지 관리와 안전 때문에 자체적으로 초소를 설치했다. 보행이나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아 점유허가가 필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초소는 지난해 2월 설치했으며 관할인 중구청과 협의해 위치를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전에 보도 위에 초소가 있던 적이 있어 공단에 건의해 현재 위치로 옮겼다”며 “보도 위는 중구 관할이지만 광장 내는 공단 관할이라 중구청에서 인허가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은 서울시 청계천 이용 관리에 관한 조례를 따른다. 조례에 따르면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해 청계천에는 청계광장·수경시설·수변무대·휴게시설·자연학습장 등 그 밖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경비초소나 가건물 설치 등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시설공단은 초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기상 변화 등 직원의 근무여건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청계광장에 사람이 많아 안전관리를 위해서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폭우 때 청계천에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초소가 광장의 미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초소가 매우 보기 좋지 않고 사진 찍을 때마다 거슬릴 때가 많다”며 “주변 빌딩에 임대하는 방식을 추천했지만, 공단 측에서 초소를 광장에 두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청계광장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곳으로 초소 역시 시설관리공단 소유다. 초소는 청계천을 관리하는 공단 소속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박해리 기자

청계광장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곳으로 초소 역시 시설관리공단 소유다. 초소는 청계천을 관리하는 공단 소속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박해리 기자

안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무허가 시설이다 보니 따로 안전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건물 내에는 직원을 위한 냉방시설이나 전기 시설도 갖추고 있다. 겨울에는 난로 등 난방시설도 사용한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내부에 소화전도 비치해 놨으며 직원이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디자인적인 면도 고려해야 제대로 초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과 교수는 “해외 그 어느 광장에서도 경비초소가 있는 곳은 보지 못했다”며 “기능적으로 필요하다면 주변 빌딩에 임대하는 방법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만약 꼭 광장에 둬야 한다면 땅의 일부인 것처럼 디자인해 미관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며 “지붕을 사람들이 쉬는 계단으로 사용하고 계단 아래에는 티켓 파는 건물이 있는 뉴욕 타임스퀘어의 TKTS 광장처럼 만든다면 청계광장에 사람들이 앉을 공간이 부족한 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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