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전화위복…조은누리양 어떻게 견뎠을까

중앙일보

입력

조은누리양(14)이 2일 들것에 실려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조은누리양(14)이 2일 들것에 실려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중학생 조은누리(14)양이 열흘 동안 산속에서 홀로 버틸 수 있었던 주요 배경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장맛비·폭염 등 계절적 요인을 지목했다.

조양이 실종된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부터 충북 청주에는 많은 양의 장맛비가 내렸다. 장마는 주말까지 이어지며 100㎜가 넘는 비를 쏟아냈다. 이 비가 생존에 필요한 수분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에 계곡이 있고, 다행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수시로 수분이 공급돼 생존이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양의 건강상태를 직접 살핀 김존수 충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외부에서 먹었던 물이 아무래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종 기간 수색을 어렵게 했던 장맛비가 결과적으로는 생명수가 된 셈이다.

폭염이나 산속 주변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조양은 산림이 무성한 계곡의 바위 옆에서 발견됐다. 폭염과 바위 밑 그늘 덕분에 체온을 유지하며 저체온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조양은 현재 충북대병원 소아전문병원 1인실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발견 다음 날인 3일엔 죽을 먹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취재진에게 “조양이 평상시 모습을 회복했으나 장기간 피로 탓에 주로 잠을 자고 있다”며 “다음 주 퇴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르면 오는 5일 조양을 만나 면담 형태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조양은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30분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인근에서 가족과 헤어진 뒤 실종 열흘 만인 지난 2일 오후 2시 40분쯤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 한 야산 정상 부근에서 구조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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