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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중·일 끄떡없는데…한국 증시만 휘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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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78% 내린 2029.4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0% 하락한 618.78에 거래를 마쳤다. 2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29일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78% 내린 2029.48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0% 하락한 618.78에 거래를 마쳤다. 2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뉴시스]

코스닥 시장의 ‘검은 월요일’이었다.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무너진 곳은 코스닥만이 아니었다. 코스피 시장도 미끄러져 내렸다.

일본 화이트국가 제외 결정 임박 #Fed 연내 금리 추가 인하 불투명 #코스닥 -4% 코스피 -1.78% 급락 #‘체력’ 고갈, 작은 충격에도 큰 타격

29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5.81포인트) 떨어진 618.78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 폭은 지난해 10월 29일(-5.03%) 이후 가장 컸다. ‘검은 10월’로 불리는 지난해 10월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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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 (36.78포인트) 내린 2029.4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29일(2023.32)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 급락을 이끈 건 외국인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3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3억40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이 주식을 내던지며 주가가 하락했다. 돈을 빌려서 투자(신용거래)한 개인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며 그에 따른 반대매매(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파는)가 나오며 낙폭을 더 키웠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은 지난 26일 기준 2.43%로 사상 최고치다. 코스닥 지수가 떨어질수록 추가로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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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내 증시가 추락한 요인을 콕 집어내기는 어렵다. 다만 불확실성을 키우는 각종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며 시장이 체력이 고갈돼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그야말로 사방이 지뢰밭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 규제를 다음달 2일 결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미·중 무역갈등도 다시 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2분기 성장률(2.1%, 전분기 대비 연율)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새로운 이슈가 생겼다기보다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축소 우려 등으로 매물이 매물을 불러온 양상”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낙폭이 컸던 것은 반발 매수세 유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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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대외 충격에 더 크게 반응하는 양상은 근래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이 4% 하락하며 크게 흔들렸지만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보합세로 마감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2%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0.19% 떨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이 장기간 재미가 없다 보니 투자자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면서 작은 매물 출현에도 시장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29일까지 코스피는 0.5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8.0%)와 중국 상하이(17.97%), 미국 다우(16.57%) 등 주요국 증시는 훨훨 날고 있다.

국내 증시가 이렇게 취약해지는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떨어지는 데서 기인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이익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한국 증시의 평가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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