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스맨'이 정보수장···그의 관심사 12개엔 北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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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래트클리프 DNI 지명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 [래트클리프 의원 트위터]

존 래트클리프 DNI 지명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사진. [래트클리프 의원 트위터]

미국의 신임 국가정보국장(DNI)에 28일(현지시간)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댄 코츠 현 국장이 다음달 15일 자로 퇴임할 것이라면서 "존 (래트클리프 의원)은 그가 사랑하는 국가에게 위대함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적었다. 코츠 국장에 대해서는 "나라를 위한 큰 공헌에 감사한다"며 "(신임 DNI 임명 전까지) 대행할 국장은 곧 임명될 것"이라고 트윗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츠 국장과는 이란·러시아·북한 등 대부분의 외교안보 사안에서 이견을 보이며 충돌했다.

텍사스주 하원의원인 래트클리프는 대북 분야에 있어선 신인에 가깝다. 러시아ㆍ이란 이슈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동일한 입장을 취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그인 만큼 대북 기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한국에 대한 경고라고 했지)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하지 않았다”(26일)거나 “누구나 하는 작은 실험들”(25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무조건 지지를 보내온 래트클리프 의원이 국가정보국장으로 움직일 경우 북핵,미사일을 놓고도 비슷한 판단을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 매체들뿐 아니라 우호적인 폭스뉴스마저 “트럼프 대통령이 맹목적인 ‘예스맨’을 임명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 댄 코츠 국장을 사임하고 후임에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을 지명하겠다며 올린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 댄 코츠 국장을 사임하고 후임에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을 지명하겠다며 올린 트윗.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미국 언론 매체들과 그의 웹사이트 정보를 종합하면 북한에 대해선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그가 홈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관심사 12가지는 낙태 반대와 사이버안보, 무슬림 극단주의 배격 등이다. 북한은 없다. 미국의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DNI의 특성상 북한 관련 경험과 전문성은 필수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그에 대한 자질 부족론도 나온다.

그간 역대 국가정보국장은 대통령과 집권당의 성향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코츠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어가면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생존에 꼭 필요한 것으로 보기에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고 공언했던 게 대표적이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지난 1월 상원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코츠 국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지난 1월 상원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코츠 국장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블룸버그ㆍ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매체들은 래트클리프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간택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지난주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청문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래트클리프 의원은 이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뮬러 전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엔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했으며 당시 청문회에서 “대통령은 완전히 무죄가 아니다(not exonerated)”라고 말했다. 래트클리프 의원은 뮬러 전 특검에게 “당신의 (부실한) 청문회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은 풍선처럼 터져 없어졌다”거나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당신의 수사는 큰 하자가 있다”고 맹공했다.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이 지난 24일 로버트 뮬러 전 특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래트클리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AP=연합뉴스]

존 래트클리프 하원의원이 지난 24일 로버트 뮬러 전 특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당시 래트클리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했다. [AP=연합뉴스]

 래트클리프 후보는 상원 정보위원회의 청문회를 거쳐 인준을 받아야 정식 임명된다. 야당은 벌써 칼을 갈고 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의원은 “래트클리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하나로 국장이 됐을 뿐”이라는 반대 성명서를 냈다. 무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앵거스 킹 상원의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킹 상원의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은 안 된다”고 우려했다. 킹 의원은 정보위 소속으로 래트클리프 청문회에 참석 예정이다.

공화당은 엄호에 나섰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은 폭스 뉴스에 “래트클리프는 국토방위 및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정보기관의 총책임자라는 새로운 역할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 조던 하원의원 역시 “래트클리프야말로 DNI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래트클리프 의원은 법조인 출신으로 2014년 당시 91세였던 민주당 소속 17선 현역 의원을 꺾고 텍사스주에서 2년 임기 하원의원에 지난해 세 번째로 당선했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 등 친(親) 트럼프 성향의 콘텐트가 다수 게재돼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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