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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광주 ‘라운지 바’ 붕괴, 무책임 행정이 빚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그제 새벽에 붕괴 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의 C주점은 알려진 것과 달리 ‘클럽’이 아니다.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고 술을 파는 곳이다. 음악 소리가 요란하고 손님들이 춤추기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클럽과 다를 게 없다. 통상 ‘라운지 바’ 또는 ‘감성주점’으로 불리는 이런 업소가 지난 수년간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C주점의 간판에는 ‘라운지’라고 적혀 있다.

유흥주점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정식 클럽과 달리 이 유사(類似) 클럽들은 무대를 만들 수 없다. 손님들이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는 것은 허용하지만 클럽처럼 별도의 무대를 설치하는 것은 법으로 금한다. 그렇다고 업소 측이 무대를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 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친 C주점 사고는 내부에 복층 구조로 설치된 사실상의 무대가 무너져 일어났다. 난간 형태로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 40여 명이 올라가 발을 구르며 춤추다 동시에 추락했다.

일반음식점이 라운지 바나 감성주점이라는 형태로 유사 클럽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수년간 조례를 만들거나 고친 것은 일종의 규제 완화였다. 서울 홍익대 근처 업소들처럼 유흥주점 허가 없이 클럽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적극적 행정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상당수 유사 클럽들은 손님 수 제한, 무대 설치 금지 등의 영업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 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C주점 관할 구청도 조례에 이러한 조건들을 명시해 놓고 1년에 두 차례 점검한다는 규정까지 뒀다. 하지만 점검은 없었다. 지난해 6월에 문제의 복층 구조물 일부가 부서져 손님이 다쳤고, 이 때문에 업주가 형사입건됐는데도 구청 측이 내부 구조 변경을 지시하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이 손님이 많은 시간에 한 번만 가서 봤다면 허술하게 설치된 무대를 두고 편법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술 마시고 춤추는 업소는 대개 출입구가 좁고, 많은 사람이 몰리고, 음악 소리가 크고, 어둡다.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전국의 자치단체들은 유사 클럽들의 안전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위험 방치의 무책임 행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