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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 주고 호날두 등만 본' 팬들, 환불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호날두의 유니폼을 걸고 그의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호날두의 유니폼을 걸고 그의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40만원을 주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 등만 쳐다본 한국축구팬, 티켓값 환불 가능할까.

유벤투스 호날두, 팀K리그 경기 '노 쇼' #'대국민 사기극' 뿔난 팬들, 단체소송 움직임 #변호사가 내다본 손해배상청구 가능성 #홍보문구, 계약내용 등 다양한 검토 필요

이탈리아 유벤투스 공격수 호날두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과 친선경기에 결장했다. 호날두는 90분간 몸도 풀지 않은채 벤치만 달구면서 ‘노 쇼’, ‘코리아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경기 후 “호날두의 컨디션과 근육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제부터 뛰지 않기로 거의 결정되어 있었다”고 했다. 유벤투스가 경기당일 중국에서 입국한 가운데 호날두 사인회도 취소됐다.

지난 3일 40만원짜리 프리미엄존을 포함해 입장권 6만5000장은 2시간3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많은 팬들이 호날두를 보기위해 비싼 티켓값을 지불했다. 관중석에서 “호날두, 호날두”란 구호를 외쳤지만, 호날두는 꿈쩍 하지 않았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시작전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시작전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경기 다음날인 27일 입장문을 통해 ‘유벤투스와 계약상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출전하는게 명시됐고, 예외조항은 워밍업이나 경기 중 부상당해 45분을 채우지 못할 경우로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후반 시작 이후 호날두가 나오지 않자 유벤투스 구단에 항의했지만, “감독과 선수 모두 알고 있지만, 선수가 피곤하다고해서 출전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축구팬들은 ‘유벤통수(유벤투스+뒷통수)’, ‘날강두(날강도+호날두)’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주최사 더페스타의 미숙한 대회운영에 질타도 쏟아졌다.

‘대국민 사기극’이란 말까지 나왔고, 팬들 사이에서는 단체소송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고가의 티켓을 구매한 팬들은 환불이나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까.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경기장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호날두가 후반 종료시간이 다 되도록 출전하지않자 관중이 경기장을 뜨고 있다. [연합뉴스]

길기범 변호사는 28일 “저도 TV로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지만 호날두가 나오지 않아 실망을 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가의 티켓을 구매해 경기장까지 간 팬들의 실망과 분노가 얼마나 클지 공감간다”고 운을 뗐다. 우선 “더페스타가 티켓판매를 홍보하면서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을 명시했는지, 단순히 계약내용에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이 포함됐다고 홍보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만약 더페스타가 계약내용에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이 포함됐다고만 홍보했고, 더페스타 주장대로 계약서에 ‘호날두 최소 45분 이상 출전조항’이 있으며, 호날두 결장을 몰랐다는 전제 하에 개인의견을 밝혔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길 변호사는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은 더페스타에 입장권 구매계약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기망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 이유에 대해 길 변호사는 “사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입장권 구매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와 고의가 존재해야하고, 이 부분을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취소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더페스타의 주장대로 계약서에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조항’이 있다면, 더페스타가 경기를 홍보하면서 팬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더페스타가 호날두의 출전여부를 알지 못했다면, 팬들을 속이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사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입장권 구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하여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음으로써 입장권을 구매한 팬들이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경기장을 찾은 수만명의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연합뉴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경기장을 찾은 수만명의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연합뉴스]

길 변호사는 “만약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계약내용 중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조항’이 없다면, 더페스타가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 조항이 있다고 홍보한 것은 팬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되고, 팬들을 속이려는 고의도 인정되기 때문에 손해액의 입증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입장권 구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페스타는 유벤투스와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서 계약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입장문을 통해 계약서에 ‘Cristiano Ronaldo will play a minimum of 45 (forty-five) minutes of the Match’란 문장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길 변호사는 “계약서의 내용 중 호날두 출전과 관련된 조항만이라도 공개해 팬들의 의심을 해소 시켜 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팬들이 기망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입장권 구매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에 문서제출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더페스타가 계약서를 제출한다면 실제 계약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더페스타의 주장대로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유벤투스는 더페스타에 위약금을 지불하면 된다.

지상파 중계화면에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광고가 경기장 광고판에 노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사설토토를 금지하고 있는데,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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