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으로 끝난 특검청문회에 美 민주당 분열…정권교체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뮬러 특검 청문회가 결정적 한 방 없이 끝나며 미국 민주당의 당론 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24일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참석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24일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참석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흠집을 내기 위해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 내통 의혹뿐 아니라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이른바 '사법방해' 혐의까지 받고 있었다. 의혹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2017년 5월 뮬러 특검팀이 출범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트럼프-러시아 공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법 방해 혐의 또한 "수사 방해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처벌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발표하면서다.

NYT "블록버스터 없이 끝났다" #WP "탄핵 포기하고 2020 대선 노려야" #민주 지도부 '탄핵 신중론' 유지하는 가운데 #초선 의원 등 일부 진보 의원들과 마찰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한 것은 맞지만, 그 정도가 형사 처벌을 할 정도는 아니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며, 민주당의 당론도 분열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혐의만으론 탄핵할 수 없다"는 온건파와, 형사처벌과 탄핵은 별개라며 "드러난 사법 방해 혐의만으로도 탄핵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로 나뉜 것이다.

이어 24일 뮬러 전 특검이 의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며 퇴임 후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논란은 더 심화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 5월 러시아 스캔들 수사 종료와 함께 임기를 마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은 이날 미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7시간 가까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대통령의 부정행위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 것이냐"라는 질문에 "아니다. 대통령은 본인이 저지른 행위와 관련해 면책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이 퇴임 후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밝혔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를 시사한 것이다.

NYT는 "민주당 내 일부 중진 의원들은 정식으로 탄핵심판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고, 온건파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를 철회할 때가 됐다고 호소하면서 당내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문회 자리에서도 지난 4월 발표된 수사보고서를 뛰어넘는 발언이 나오지 않은 만큼, 탄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다. NYT는 “블록버스터는 없었다. 건조했던 7시간”이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끝내려면, 남은 선택지는 (탄핵이 아닌) 2020년 대선 하나뿐”이라고 해설했다.

지난 17일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관련 투표를 진행했으나 투표 결과 상정 반대 332표, 찬성 95표로 결의안 상정에 실패했다. 여당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에서도 과반이 이상이 탄핵안에 반대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한다 해도 상원에서 제지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자칫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만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론으로 맞서왔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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