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홍이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열흘째 단식 농성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은 몸싸움 중 힘에 밀려 쓰러졌고, 오신환 원내대표는 "혁신위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결국 119까지 출동했다.
22일 오전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손학규 당대표의 퇴진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 혁신위원회 간 갈등이 폭발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당권파는 비당권파의 혁신위원회 외압 논란 의혹을 제기했고, 혁신위는 손학규 당 대표의 퇴진을, 비당권파는 당권파의 주장에 반박하며 극한 대치를 보였다.
이날 갈등의 물꼬는 최고위원회의 직전 당권파로 분류되는 임재훈 사무총장과 조용술 전 혁신위원이 연 기자회견에서 시작됐다. 임 사무총장은 비당권파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 손 대표 퇴진안을 혁신위 최우선 과제로 해달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에서 임 사무총장 등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으로 공식 절차에 따라 사실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유 의은 당의 진상조사에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혁신위원과 임 사무총장 등 당권파 간 설전이 오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이준석 최고위원 등은 임 사무총장 등 당권파가 "무차별 폭로전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임 사무총장은 "혁신위는 유력인사를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유 의원이 국회의원2명과 대동해 혁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무슨 말을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회의는 10분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하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결국 육탄전으로 이어졌다.
설전이 오가던 중 손 대표가 먼저 자리를 뜨려고 일어났다. 이에 오 원내대표는 "대화 해야할 것 아닌가"라며 손 대표를 제지했다. 회의실 문 앞에서는 문을 열려는 손 대표 측과 이를 막으려는 상대 측간 실랑이가 오갔다.
특히 열흘 넘게 단식 농성 중인 권 혁신위원이 나서서 손 대표 앞을 가로막았다. "뒷골목 건달들도 이렇게 안한다. 왜 혁신안을 상정 안 하나. 당원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 이게 손학규 정치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가 다시 한 번 현장을 뜨려고 하자 권 혁신위원은 "이러면서 어떻게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나. 퇴진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요구한다. 가실 거면 저를 밟고 가시라"고 소리쳤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향해 "처절한 절규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좀 해달라"고 항의했고, 손 대표는 " "당권 경쟁은 처절한 게 없다"(원래 처절한 것이라는 뜻)고 답했다.
회의실 앞은 서로가 뒤엉키며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는 상황까지 갔다. 약 10분간 몸싸움이 이어지던 중 손 대표 측은 결국 물리력을 동원해 회의장 밖으로 나갔고, 이 과정에서 권 혁신위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권 혁신위원은 당 관계자들 부른 119 구급차 들것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어떻게 밀고 나갈 수 있나. 비서실장이 밀었다"며 분노했다. 오 원내대표는 상황이 종료된 뒤 흐느끼며 "권 혁신위원과 (다른) 혁신위원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이다. 당의 지도부로서, 선배 정치인으로서 힘이 되주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또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이고, 당이 민주적 정당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연신 울먹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