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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해 불면증·이혼까지…허위광고·협박으로 중고차 강매한 조직

중앙일보

입력

경찰은 원하지 않는 저질 중고차를 고가에 강매하거나 가격을 속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21억원을 챙긴 일당 사무실 3곳에서 증거물을 압수했다. [영상 인천지방경찰청]

경찰은 원하지 않는 저질 중고차를 고가에 강매하거나 가격을 속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21억원을 챙긴 일당 사무실 3곳에서 증거물을 압수했다. [영상 인천지방경찰청]

A씨(71)는 지난해 인터넷에서 싼값에 중고차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발견했다. 광고를 보고 찾아간 업체에서는 명시된 가격대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다. A씨는 해당 매물을 구매했다. 그러나 A씨가 4100만원에 산 차량은 실제로는 1400만원 상당의 차량이었다.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화병이 생겼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가정에 불화도 생겼다. 결국 A씨는 부인과 이혼을 했다.

70대 남성 B씨도 저렴한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업체를 찾았다.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계약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계약 취소가 안 된다”며 다리가 불편한 그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다른 차량을 대신 구매하라고 강요했다.

이 같은 기업형 중고차 강매 조직의 행위는 올해 초 경찰이 중고차 허위·강매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드러났다.

기업형 강매조직 만들어 조직적 범행

기업형 중고차 강매 조직 범행흐름도.[사진 인천지방경찰청]

기업형 중고차 강매 조직 범행흐름도.[사진 인천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혐의로 중고차 판매 조직 총책 C씨(29) 등 6명을 구속하고 중고차 딜러 등 1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C씨 등은 지난해 1∼12월 인천시 서구에 무등록 사무실 3개를 차려놓고 A씨 등 구매자 145명에게 중고차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 총 2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씨 등은 기업형 강매조직을 결성해 범죄 행각을 저질렀다. 사무실별로 총책, 팀장을 두고 딜러(현장 출동조), TM(전화 상담원)을 배치했다. 조직 폭력배가 운영하는 할부중개업체와도 연계했다. 지위에 따른 범죄수익 분배 체계도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을 전개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중고차를 판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찾아온 이들을 상대로 광고에 나온 가격대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딜러 전용 정상 시세가격 확인 사이트의 판매가격을 높게 조작한 뒤 구매자한테 싸게 사는 것이라고 속이기도 했다.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는 역수입 차량이라 추가 관세 2000만원을 내야 한다며 구매자에게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구매자들이 해당 매물이 허위인 것을 눈치채 계약 취소를 요구하면 취소는 안 된다며 다른 차량을 사라고 강요했다. 구매자를 차량에 감금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위협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RS 번호 개설해 단속 대비하기도 

C씨 등은 중고차를 강매한 뒤 돈이 모자라는 피해자들을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할부중개업체에 데려가 대출을 받게 했다. 구매자들이 항의 민원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서에 자신들이 개설한 ARS 번호를 적었다. 이어 자신들이 직접 전화를 받고는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다, 좋게 끝내자’라는 말로 합의를 강요하거나 계약서를 폐기케 하는 등 단속에 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해자들의 연이은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청 단위에서 추적에 나선 경찰은 C씨 등을 검거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유사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등록 중고차 사무실 3곳과 광고 사이트 3개를 폐쇄 조치했다”며 “조직적인 중고차 불법 판매 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해서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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