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는 좋은일 하는 기업 공감 얻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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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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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란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장단회의서 위기 타개 전략 #한일 갈등, 불매운동 언급 대신 #“사회적 책임 다하는 공감” 강조

신동빈(64) 롯데그룹 회장이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강조한 말이다.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이 단순 경영상의 목표 설정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 위기를 타개하자는 의지를 표명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VCM 마지막 날인 20일 최근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이에 따른 다양한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성장전략 방향으로 ‘공감(共感)’을 제시했다고 롯데는 밝혔다. VCM은 1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신 회장은 “오늘날처럼 수많은 제품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기에 특징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외면받게 된다”며 “기업이 단순히 대형브랜드,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것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 극대화 등 정량적 목표 설정이 오히려 그룹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돼 사회와 공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장단회의가 열리기 전 일본을 방문했던 신 회장이 최근 한·일 양국 간 갈등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관련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불매운동이 유니클로, 무인양품, 롯데아사히주류 등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은 롯데그룹으로까지 번지면서 신 회장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공감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그룹 구성원에게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맞게 철저한 수익성 검토와 빠른 의사결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빠른 기술 진보에 따라 안정적이던 사업이 단기일 안에 부진한 사업이 될 수도 있다”며 “투자 진행 시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도 반드시 고려돼야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권한 이양을 통한 기동력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해 우수한 젊은 인재 확보와 육성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롯데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오히려 기회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각 사의 전략이 투자자, 고객, 직원, 사회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남은 하반기에도 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그룹은 2018년부터 하반기 VCM을 사업군별로 모여 주요 계열사가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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