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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 치솟은 '의성 쓰레기산'···그 뒤엔 't당 10만원'의 탐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만들어진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 전경. 허용보관량의 150배가 넘는 양의 폐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 대구지검 의성지청]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만들어진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 전경. 허용보관량의 150배가 넘는 양의 폐기물이 쌓여 있다. [사진 대구지검 의성지청]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한적한 농촌 마을에 솟아오른 ‘쓰레기산’은 폐기물 처리대금을 최대한 많이 챙기려 한 처리업자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8개월여간의 수사 끝에 지난 18일 폐기물처리업자 부부를 구속기소 했다.

폐기물처리대금 최대한 많이 챙기려 전국서 수집 #15만9000여t 폐기물 수년 방치…주변 심각한 피해 #법인 운영자 부부와 허가·대출 브로커 3명 구속기소

대구지검 의성지청은 지난해 11월부터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만들어진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의 실체 파악에 나섰다.

수사 결과 폐기물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64)와 B씨(51·여) 부부는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허용보관량인 1020t을 훨씬 초과한 15만9000여t의 폐기물을 무단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폐기물은 서울과 경기, 경북,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은 것이다. 매립장엔 플라스틱·스티로폼·전선·비닐·고철 등 온갖 쓰레기가 한데 뭉쳐 산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이곳은 ‘쓰레기산’으로 불렸다.

4만여㎡ 부지 매립장에 쌓인 쓰레기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매립장을 오가는 중장비의 매연 냄새까지 더했다. 인근 주민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쓰레기가 쌓여 생긴 압력으로 불이 나 며칠 동안 진화가 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로 주변은 진흙탕이 됐다.
이들이 허용보관량의 150배가 넘는 폐기물을 모아 방치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들 부부는 t당 약 10만원을 받고 쓰레기를 팔았다. 이렇게 팔린 쓰레기는 수출됐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5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국환경산업개발 매립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로 중장비가 오가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지난해 12월 5일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국환경산업개발 매립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로 중장비가 오가고 있다. 의성=김정석기자

이 업체는 11년 전인 2008년 폐기물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받았다. 당시 보관량 가능한 쓰레기양은 1137t이었다. 2013년엔 종합재활용업으로 보관량 1020t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원칙대로라면 총 2157t의 폐기물을 쌓아놓을 수 있었다.

업체가 폐기물 산을 만들자 의성군은 수차례 행정처분을 했다. 폐기물 처리 명령과 고발, 과징금·과태료·벌금 부과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업체가 폐기물을 치우지 않자 의성군은 2017년 중간재활용업 허가를 취소했다. 허가 취소 이후에도 폐기물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자체의 압박이 심해지자 이들 부부는 회삿돈 28억원을 빼돌려 경북 김천에 새로운 폐기물처리업체를 세웠다. 이때 허가·대출 전문 브로커 C씨가 개입해 새 법인 설립을 도왔다. 또 새 법인 재산을 검찰이 추징하려 하자 법인 재산을 담보로 20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검찰은 "대출은 범죄수익금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운영자 부부와 함께 브로커 C씨도 사기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허용보관량을 훨씬 넘어서는 폐기물을 방치하는 데 가담한 폐기물 운반업자 3명도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이 밖에도 운영자 부부는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리직원 등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사용하고 기존 법인과 새 법인 사이에 정상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대비해 거래장부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없애고 허위 매매계약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만들어진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이 어떤 경로로 형성됐는지 나타내는 흐름도. [사진 대구지검 의성지청]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만들어진 이른바 '의성 쓰레기산'이 어떤 경로로 형성됐는지 나타내는 흐름도. [사진 대구지검 의성지청]

검찰은 운영자 부부가 범죄 수익금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새 법인 공장 건물, 토지, 기계 등을 추징보전 조치해 25억5600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전했다.

의성=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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