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1.8년 일본 따라잡아라…세법 고쳐 R&D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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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부품 및 소재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반도체 3대 핵심소재뿐만 아니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까지 R&D 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2020년도 세법개정안’에 이런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반도체 3대 핵심소재뿐 아니라 #대일의존 높은 품목까지 포함 #R&D 세액 공제 대폭 확대키로 #박영선 “부품 독립선언 준비”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이 R&D에 투자한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R&D가 신성장동력이나 원천기술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재 5세대(5G) 이동통신, 지능형 반도체·센서, 3D프린팅 등 157개 신성장동력과 원천기술에 R&D 투자를 하면 인건비·원재료비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는다. 세액공제 비율은 대기업은 20~30%이며 중견기업(20~40%)과 중소기업(30~40%)은 이보다 높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을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새로 대상에 넣을 품목·기술 등을 추리고 있는 단계”라며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이 우선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성장기술 R&D 위탁연구개발비 인정 범위를 확대한다. 그간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 위탁·공동연구개발 기관의 범위가 국내 소재 기관으로 한정돼 있었는데, 해외 자회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의 직접적인 기술 협력이 필요하다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그간 지속해서 축소해 온 일반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분야별 기술격차

분야별 기술격차

사실 이번에 발표할 세법개정안은 지난해와 견줘 비중 있는 내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R&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여기에는 우선 우리의 핵심산업과 연관된 부품·소재 관련 원천기술의 R&D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R&D를 유도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도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 제품인 불화수소 등은 일본의 중소기업이 만들고 있다. 한국도 이같은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부가가치 높은 소재·부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국의 소재·장비 중소기업은 기술 측면에서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018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핵심기술의 격차가 미국에는 1.9년, 일본에는 1.8년, 독일에는 1.6년 뒤처져 있다고 봤다. 특히 일본과 비교해선 보유 기술이 ‘앞서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4%에 불과했고, ‘뒤져 있다’는 응답이 75%나 됐다. 하지만 한국의 중소기업 한 곳당 R&D 투자 규모는 2007년 6억3000만원에서 2017년 3억4000만원, 평균 연구원 수는 같은 기간 8.3명에서 4.3명으로 줄었다.(중소기업연구원)

이와 관련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취임 100일 메시지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들과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독립선언’을 준비해야 한다”며 “제조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부품·소재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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