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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이 갖게 된다" 이거 무슨 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7)

음주측정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더더더~'이다. 숨을 더 내쉬라고 주문하는 경찰관과 날숨을 줄이는 음주운전자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런데 더할수록 행복한 것이 있다. 바로 봉사와 기부이다. [연합뉴스]

음주측정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더더더~'이다. 숨을 더 내쉬라고 주문하는 경찰관과 날숨을 줄이는 음주운전자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는 실소를 자아낸다. 그런데 더할수록 행복한 것이 있다. 바로 봉사와 기부이다. [연합뉴스]

'더,더~'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다 좋은 경우

음주운전에 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비난받아온 우리나라가 소위 ` 윤창호법’ 제정으로 단호한 처벌을 표명하고 나섰다.

아주 오래전 밝히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맥주 두 잔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음주측정에 걸린 적이 있었다. 다행히 훈방조치 됐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기 힘들다. 음주측정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더더더더~'이다. 숨을 더 내쉬라고 주문하는 경찰관이나 음주 사실이 드러날까 봐 날숨을 줄이는 음주 운전자 사이의 실랑이는 그들이야 심각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는 풍경이다.

그런데 ‘더,더’ 할수록 행복한 것이 있다. 바로 봉사와 기부이다. ‘더’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 바로 봉사다. 모든 사람이 ‘더,더’를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가지면 더 갖고 싶고, 쉬면 더 쉬고 싶고, 사랑받으면 더 사랑받고 싶고. 그런데 이상한 점이 가지면 가질수록, 많이 얻으면 얻을수록 행복해지기는커녕 더 불만이고 더 안달이 난다.

왜 그럴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봉사나 기부도 하면 할수록 더하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는데 이 욕심은 이상하게 다른 욕심과 달리 행복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봉사나 기부는 쌍방향성

2018년 10월 중앙일보가 주최한 '더 오래 콘서트'에서 가수 션이 '더 오래 행복한 인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봉사와 기부는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2018년 10월 중앙일보가 주최한 '더 오래 콘서트'에서 가수 션이 '더 오래 행복한 인생'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는 봉사와 기부는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중앙포토]

중앙일보의 더 오래 콘서트에서 초청 연사로 강연한 가수 션의 얘기가 떠오른다. 자신은 계속 퍼 주는 것 같은데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온다고. 왜 봉사나 기부가 주면 줄수록, 내 것을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을 갖는 것 같고 더 행복감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주는 행위가 받는 것을 동반하는 쌍방향성 때문이다. 타인을 위해 베푸는 행위에 왠 쌍방향성이냐고? 봉사나 기부는 단순히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의식적으로 받기를 원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바람이 충족되기 때문에 봉사나 기부는 계속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 건전한 사회 건설을 위해 쌍방향성을 갖는 봉사나 기부행위가 강조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기만 하는 관계, 받기만 하는 일방적 관계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결국 주고받는 행위를 통해 인간관계나 사회가 영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주는 행위로만 인식되는 봉사나 기부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그건 유·무형의 받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는 것 같은데 돌아오는 것, 나는 이를 ‘이타를 통한 이기의 실현’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사회에서 기부나 봉사가 필요하고, 또 지속되는 이유는 상호이익이라는 쌍방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모든 인간이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산다면 쇼펜하우어가 얘기한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지구멸망이 있게 될 것이다.

제주의 폐가를 고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간판을 내걸었다. 봉사와 기부가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가능케 했다. [사진 한익종]

제주의 폐가를 고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면서 간판을 내걸었다. 봉사와 기부가 제주에서의 새로운 삶을 가능케 했다. [사진 한익종]

준 것만 같았는데 결국엔 더 많은 걸 얻어 온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 직장 생활시 근속 20년 특별휴가를 영월의 수해농가를 찾아 봉사한 경험은 내가 이 사회에서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공항에서 시내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부산으로 갈 외국인을 체인호텔 로비까지 안내해 부산으로 갈 수 있게 한 나의 경험은 국위선양한 애국자(?)가 된 듯한 우쭐함을 갖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취미로 시작한 걷기 봉사가 푸르메재단과 좋은 인연을 맺어줌과 동시에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분들과의 만남을 만들어 주었고, 인생후반부 또 다른 삶의 장을 제주도에서 열게 해주었다. 내가 만일 봉사나 기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인생후반부 내가 봉사나 기부를 통해 얻는 가장 큰 보상은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제주 올레길, 쓰레기를 주우며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득히 멀어져 간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사진찍기를 거절하고 떠나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사진 한익종]

제주 올레길, 쓰레기를 주우며 봉사하는 사람들이 아득히 멀어져 간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사진찍기를 거절하고 떠나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사진 한익종]

랄프 왈도 에머슨은 성공하는 삶을 규정하며, 그중 하나로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행위로 인해 타인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그로 인해 내가 참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인식하며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에게 베풀고 함께 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타고 남은 연탄재라도 함부로 찰 자격도 없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은가? 봉사하라, 기부하라를 외치고 싶다.

얼마 전 쓰레기봉투 하나씩 들고 올레길을 청소하면서 걷는 일행에게 사진 한장 찍을 수 있냐고 했더니 걸으면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며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왜 그리도 아름답던지.

한익종 푸르메재단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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