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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사과한 정경두, "용퇴하라"는 주문엔 침묵

중앙일보

입력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장관 임명 10개월만에 두 번째 해임안을 받은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 두 시간 남짓 야당 의원의 거센 질타에 정 장관은 굳은 표정이었다. 입술과 미간에 잔뜩 힘을 주고 회의 내내 책상 위에 올린 두 손을 꽉 맞잡았다. 그는 해군 2함대 허위자수 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계작전을 철저히 하고, 군 기강 해이가 없도록 하겠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사임 의사를 표하진 않았다.

해임건의안 제출 다음날 법사위 출석 #"책임 통감" 하지만 "인사권자 따르겠다" #김원봉 논란에 대해 "국군 뿌리 아냐" #與, 정경두 지키기 적극 방어

전날인 15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 장관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했다. 지난 3월에도 정 장관 해임안은 제출됐다.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정 장관이 천안함 사건ㆍ연평해전 등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을 가리켜 “서해 상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을 다 합쳐서 추모하는 날”이라고 답한 게 논란이 됐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장관은) 취임 후 10개월 동안 10번 정도 사과했다. 이제 인사권자 핑계를 대지 말고 스스로 결단할 시기가 됐다”며 "사과만 하는 것은 군인다운 모습이 전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정 장관은 "국방부 장관에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 의원이 "용퇴(의사)를 밝히라"고 다그쳤지만 정 장관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해군 2함대 사령부 거동수상자 은폐조작사건은 그야말로 오합지졸, 심각한 군기 문란의 끝장판을 보여준다”면서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 남자들은 장관의 답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은폐나 축소할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716

이날 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로 촉발된 ‘김원봉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생각하느냐”고 수차례 묻자 정 장관은 “김원봉 개인에 대해서는 국군의 뿌리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군의 뿌리라는 건 김원봉 한 사람이 아니라 광복군 활동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건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여당은 방어에 나섰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이 국군 뿌리’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냐”고 하면서 “가짜뉴스가 횡횡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부하직원 문제를 다 나서서 책임지라는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는 완전히 후진국형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날 정 장관은 법사위에 상정된 군사법원법과 군 수용자 처우 관련법 일부 개정안의 주무 부처 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정권이 평화, 평화하다고 군인들 기강이 해이해지면 안 된다. 정권에 충성하지 말고 국가에 충성하라”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짧은 한숨을 쉬며 “더 환골탈태, 쇄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장관 해임안과 맞물려 현재 국회는 다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정 장관 해임안 표결을 하자며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하루만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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