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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사과만 10번 한 정경두···야당선 두번째 해임안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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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원 삼척과 고성에 잇따라 북한 목선이 출현했지만 이를 군이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고, 해군 2함대 사령부 거동수상자 은폐·조작 사건이 불거진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단상으로 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단상으로 나와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은 올 3월로 천안함 피격 사건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이라고 표현한 게 계기가 됐다.

사실 정 장관은 인사청문 보고서 국회 채택 없이 지난해 9월 임기를 시작한 이래, 1년도 안 된 새 숱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다. 야권은 정 장관이 잘못된 안보관을 토대로 무능과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과만 10번째=정 장관은 유독 사과할 일이 많았다.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공식 석상에서 직접 고개 숙인 게 지금까지 10차례다. 잘못을 저지르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니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장관의 첫 사과는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 당시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일었던 정 장관은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이를 인정하며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문 표절 외에 위장 전입 의혹도 있었던 정 후보자에 대해 당시 한국당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으나,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해 11월 7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7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 공식 조사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후인 지난해 11월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조사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국방부 예산 추가 편성(101억여원)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구설에 오르곤 했다. 지난 2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정 장관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불미스러운 남북 간 충돌’이라고 표현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장성단’ 750명이 정 장관의 자진 사퇴 촉구문을 발표했고, 첫 해임안으로 이어졌다. 정 장관은 발언 한 달 후인 지난 3월 27일에서야 “대정부질문에서 진의와 다르게 오해를 일으켜 송구하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북한 소형목선 상황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발생한 강원 삼척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두고선 네 차례나 사과했다. 경계 실패, 사건 은폐, 거짓 해명 의혹 등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다. 야권에선 이를 두고 “사과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달 있었던 강원 고성 북한 목선 경계 실패와 서해 2함대 거동수상자 은폐 의혹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직접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엔 사과 못 받아내= 본인은 줄기차게 사과하면서도, 정작 북한에 사과를 받아내란 요구엔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1일 KBS 신년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 장관은 당시 한 시민 패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과거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우리도 생각을 하는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잘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우리가 이해를 하면서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된다.”

북한이 사과 않더라도 이해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자 그는 8일 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고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분명히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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