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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가 바꾼 본회의 일정…여당은 "하루만", 야당은 "이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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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연합뉴스]

어렵게 문을 연 7월 임시국회가 ‘정경두 해임건의안’에 막혀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15일 오전 11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만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특히 양측은 본회의 기간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경정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해 19일 하루만 열자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8·19일 이틀간 열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하루짜리 본회의를 고집하는 것은 이날 오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함께 제출한 정경두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 때문이다. 국회법상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18일 본회의에서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보고되면 이에 대한 표결은 19일부터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의 주장처럼 본회의를 하루만 열면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처리가 불가능하다.

6월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6월 2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합의문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런 민주당의 입장은 지난달 24일 여야 3당의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일정에 합의했을 때와는 180도 뒤바뀐 셈이다. 당시 합의된 국회 일정에 따르면 여야는 이달 11일, 17~18일 3일에 걸쳐 본회의를 열고 추경 및 법안 등의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엔 민주당이 최소 이틀 이상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당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예결위 구성과 사개특위 및 정개특위 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난항을 겪으면서 일정이 늦춰졌고 8~10일 예정됐던 대정부질문도 9~11일로 순연되는 등 당초 합의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민주당이 본회의를 하루 만에 끝내려는 데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 강경한 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을) 자르더라도 우리 손으로 잘라야 한다. 떠밀리듯이 자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앞서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은 총 6차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이 가장 최근 사례다. 당시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정 장악력을 상실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 후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본회의 일정을 이틀 잡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임결의안 표결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중재안에도 민주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장 안은 18일, 19일로 하고 마지막에 해임건의안을 올리는 것으로 제안했는데 여당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방부 장관 해임 건의안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해 동의하지 않는 여당은 도대체 제정신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추경 처리만을 위해 19일 하루만 잡아야 한다는 것은 야당을 여당의 거수기 노릇을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방 안보까지 정쟁에 끌어들여서 추경 처리를 안 한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나”며 “추경 처리 이틀씩 할 필요가 없다. 19일 하루면 된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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