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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 군사훈련 중단, 트럼프가 판문점서 한 약속" 압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다음달 열릴 예정인 한ㆍ미 연합훈련(동맹19-2)을 거론하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외무성 대변인이 19일 발표한 담화와 조선중앙통신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다. 대변인은 특히 “동맹19-2 훈련이 조(북)ㆍ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외무성, 이례적으로 성명 발표 직후 외무성 대변인 설명 #북미 실무협상 직전 기선제압? 준비 부족?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6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만나 "훈련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16일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만나 "훈련이 북미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캡처]

대변인은 성명에서 “(한ㆍ미)합동(연합)군사연습 중지는 미국의 군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조ㆍ미 수뇌(정상)회담에서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공약했다”며 “판문점 조미 수뇌상봉 때에도 우리(북한) 외무상과 미 국무장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거듭 확약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핵 시(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하기로 한 것이나 미국이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조미관계개선을 지향하여 한 공약”이라고도 했다. 대변인은 “판문점 조ㆍ미 수뇌상봉이 있은 때로부터 한 달도 못되여 최고위급에서 직접 중지하기로 공약한 합동 군사연습을 (한ㆍ미가)재개하려 한다”며 “우리가 미국과 한 공약에 남아 있어야 할 명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칫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위협인 셈이다.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만일 그것(연합훈련)이 현실화된다면 조미실무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실무협상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정부나 외무성 등의 입장을 성명이나 담화 등의 형식으로 발표해 왔다. 하지만 성명이나 담화를 발표한 직후 해설 형식으로 대변인이 기자를 만나 입장을 발표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북한과 미국은 조만간 열기로 한 비핵화 실무협상 직전 이런 주장에 나섰다는 점이다.

북·미 정상은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안에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판문점 회동 이후 이번주가 3주째인데, 미국은 협상 장소 선정을 북한에 일임하고 북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명간 협상 장소와 관련한 기별 대신 북한이 위협에 나선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 훈련과 관련해 남측 정부가 사대적이라며 한국을 위협해 왔다”며 “미국으로 화살을 돌리는 건 한미 연합훈련을 비핵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군부 등 강경파의 입장이 반영됐거나, 이들을 달래기 차원일 수 있지만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전문가는 “다음달 훈련을 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막바지 협의를 진행중일 것”이라며 “훈련 일정이 완전히 정해지기 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협상 준비가 덜 되자 시간벌기, 또는 기선제압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협상 담당자들을 교체하고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며 “사람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는데 아직 완전히 준비가 끝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단 계획대로 훈련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당국은 지난해 대규모 연습을 중단했고,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반영해 훈련을 축소했다”며 “올해 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한 한국군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는 만큼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용수ㆍ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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