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클래식, 요트 소유자의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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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센 사설이 나왔다. “클래식 음악이 왜 필요한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이달 4일자 사설은 직설적으로 클래식의 종말을 선언한다. 지금의 클래식은 가난한 사람을 내쫓는 데 쓰이고, 요트 있는 사람끼리 듣는 음악이라고 한다. 이 글의 강력한 화살이 향하는 곳은 올해로 124년 된 영국의 클래식 여름 축제 BBC프롬스, 또 주최사인 BBC다.

가디언 사설은 프롬스가 샌드위치와 커피값 정도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표방하지만 사실은 티켓이 수천 파운드에 거래되고 대기업이 좋은 자리를 마케팅용으로 대량 구매한다고 주장한다. 또 BBC의 라디오3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 방송을 ‘현실에 안주한 채 혁신하지 않는 거인’으로 묘사했다.

BBC의 클래식 음악 담당인 앨런 데이비는 가디언에 반박 글을 기고했다. “프롬스에는 6파운드(8800원)로 살 수 있는 자리가 7만 자리(스탠딩석)다.” 9일 더타임스의 음악 평론가 리처드 모리슨은 “프롬스에서 만난 이 중 요트 소유자는 단 한 명이었고 가디언의 에디터였다”며 “클래식 음악계는 여성, 소수 민족에게 기회를 확대하며 혁신 중”이라고 했다.

가디언의 사설에는 문제가 있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 노숙자를 내쫓는 사례로 클래식 음악의 종말을 선언할 수는 없다. 또 엘리트주의에 빠진 음악회는 많지만 BBC프롬스는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는 대표적 경우로 꼽힌다. 하지만 문제가 있고, 필자 이름도 나오지 않는 사설에 많은 이가 정색하는 건 어느 정도 아픈 데를 찔려서다. 당장 영화를 틀어보라. 등장인물 중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은 실제로 돈이 많거나, 돈이 없다면 은밀히 살인이라도 계획하는 사람이다. 많은 음악인이 클래식 음악의 경계선을 멀리까지 밀어내고, 그 음악이 때로는 대중음악보다 더 관능적이라 주장해도 대부분 사람의 클래식에 대한 시선은 가디언의 이번 사설대로다. 그래서 올여름 영국에서 일어나는 클래식 음악 논쟁은 흥미롭다. 또 이제 한국의 청중이 과연 어떤 댓글을 달지도 궁금해진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