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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화이트국 제외 방침에…정부, 예산 늘리고 규제완화 등 정책 총동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이 지난 12일 수출규제 관련 양국 실무협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 정부도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백색 국가는 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를 간소한 절차로 교역할 수 있는 안보상 우호국을 의미한다. 이 리스트에서 빠지면 총 1100여개에 달하는 품목을 개별로 일본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해 대부분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 日 대응 예산 1200억→3000억 증액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우선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일본 수출 규제 대응용 예산을 기존 1214억원에서 3000억원 규모로 증액할 계획이다. 앞서 기재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부터 필요 예산을 요청했다. 관계 부처들이 추가로 예산을 요청하면, 이를 추경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수출 규제 관련 산업에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경제적 효과를 검증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생략해 발 빠르게 예산이 지원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제 지원도 준비 중이다. 기업이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R&D)에 쓰는 비용은 대기업 20~30%, 중견기업 20~40%, 중소기업 30~40% 수준의 높은 세액 공제율을 적용받는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규제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할 방침이다. 시스템 반도체 제조와 설계 기술 등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

화학물질 생산 규제, R&D 인력 주 52시간 근무제 완화 검토 

규제 완화 대책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정부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 등 화학물질을 생산할 때 까다로운 규제가 있으면 이를 간소화하고, 연구개발 분야 인력에게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선택적 근로)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 이외에도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 방침에 상응하는 조치도 강구하고 있다. 일본은 다음 달 22일쯤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응 조치로는 주요 품목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일본에 대한 백색 국가 제외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는 국제 사회와 공조를 통해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스스로 철회하도록 하는 데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 대응을 검토 중이지만, '경제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신중한 전략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추락 무인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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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日 군사 물자 北 수출 지적…일본 주장 설득력 잃어 

한편 일본은 대북제재 대상 품목을 한국이 수입한 뒤 북한에 수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장을 반박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지난 몇 년 새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품목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직접 수출된 사실이 나와 있다. 북한 노동신문이 2015년 2월 공개한 군함 레이더와 2014년 3월 백령도·파주 등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의 주요 구성품이 일본 제품이라고 적시됐다. 이는 일본이 주장한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함축하고 있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진경제실장은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겠지만, 일본이 (국제 사회에) 이에 대한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크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자의적으로 남용하지 않고 진정으로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취했다고 볼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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