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선 마지막 퍼즐, 살아난 김동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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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난 삼성 외야수 김동엽. [연합뉴스]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난 삼성 외야수 김동엽.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타선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듯 하다. 외야수 김동엽(29)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김동엽, 12일 LG전 홈런 포함 3안타 #시즌 초반 부진 딛고 12G 연속 안타 #0.104였던 타율도 0.226까지 상승

삼성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6-3으로 이겼다. 삼성은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39승 1무 49패.

김동엽의 활약이 눈부셨다. 6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동엽은 0-2로 뒤진 2회 초 솔로홈런(시즌 4호)을 쳤다. LG 선발 차우찬의 낮은 직구를 걷어올려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비거리 120m의 시원한 대포였다.

4회 2루수 땅볼로 물러난 김동엽은 3-3으로 맞선 6회 초, 선두 타자로 나와 LG 두 번째 투수 문광은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쳤다. 강민호의 희생번트 때 2루로 간 김동엽은 2사 이후 김상수의 중전 안타 때 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중견수 이천웅의 송구에 걸려 홈에서 아웃. 삼성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12일 잠실 LG전에서 홈런을 친 삼성 러프. [사진 삼성 라이온즈]

12일 잠실 LG전에서 홈런을 친 삼성 러프. [사진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김동엽은 끝내 균형을 깨트렸다. 7회 2사 1, 2루에서 정우영을 상대로 2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타구를 만들었다. LG 2루수 정주현이 공을 잡았을 때, 이미 김동엽은 거의 1루를 밟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정주현은 무리하게 1루에 송구했고, 공이 뒤로 빠졌다. 그 사이 2루에 있던 다린 러프가 홈을 밟았다. 4-3. 김동엽은 7회 말 LG 이천웅이 친 깊숙한 타구도 잘 쫓아가 잡아냈다. 김동엽은 5타수 3안타·1타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올 시즌 삼성·키움·SK는 프로야구 최초 삼각트레이드를 단행했다. SK는 발 빠른 키움 외야수 고종욱(30)을 데려가고, 키움이 삼성 포수 이지영(33)을 품었다. 삼성은 장타력이 뛰어난 SK 외야수 김동엽을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고종욱과 이지영은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유일하게 김동엽만 시즌 초반부터 부진이 길어져 두 차례나 2군에 내려갔다.

그러나 김동엽의 배트가 이제 힘있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1군에 올라온 뒤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전부터 김동엽에게 기대를 걸었던 김한수 삼성 감독도 "타율이 1할 조금 넘었는데 이제 2할을 넘어갔다. 장타도 늘고,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만족하고 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콜업 전까지 0.104였던 타율은 어느새 두 배가 넘는 0.226(115타수 26안타)이 됐다. 24경기 동안 터지지 않았던 홈런도, 최근 12경기에서 4개나 나왔다.

김동엽은 "최근 1군 복귀 이후 감이 좋아서 이어가자는 생각뿐이었다. 3~5월에 마음이 급해졌다. 결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내야 안타 상황에 대해선 "투수만 넘기면 타구가 느려 살 것 같았다. 죽기살기로 뛰었다"고 했다. 호수비에 대해선 "타구가 빨라서 글러브만 뻗으려고 했다. 글러브가 길어서 들어간 것 같다"고 웃었다.

김동엽은 "워낙 초반에 페이스가 빨리 올라오는 스타일이라 올해도 치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경기 연속 안 맞으니까 조급해졌고, 그게 독이 됐다"며 "2군 코칭스태프가 많이 편하게 해줬다. 김한수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만큼 죄송했고, 보답하고 싶었다. 잘 할 수 있을 거란 믿음 속에 훈련했다"고 했다.

타율에 대해선 "내가 얼마나 못 했으면 이렇게 쳤는데도 타율이 2할 초반대더라. 많은 걸 느낀 시즌이다. 야구하면서 이렇게 안 맞은 건 처음이었다. 야구가 '이렇게도 되는 것이니 급할 필요가 없구나'란 생각을 했다. 다음 시즌, 그 다음 시즌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이학주와 김동엽이 삼성에 입단한 뒤 동갑내기 김상수는 두 친구를 물심양면으로 잘 챙겨줬다. 셋은 "우리가 잘 하면 팀이 더 잘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김동엽은 "시즌 초반에 그런 말을 했는데 상수와 학주가 잘 하는 사이 내가 부진했다. 지금부터라도 팀이 더 치고 올라갈 수록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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