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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탄압 위해 보험사기 공모, 어용노조 설립한 버스회사 대표 기소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버스 차고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버스 차고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버스회사 전·현직 대표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사용자 측 노조를 설립하고 보험사기를 공모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박현철)는 지난 5일 서울 동아운수 전·현직 대표이사와 어용노조 위원장 등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동아운수 대표의 동생이자 당시 대표인 임모(51)씨는 회사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던 김모(39)씨와 2015년 2월부터 어용노조인 ‘행복노조’를 만들기로 공모한 뒤 노조 결성 회식에 참여해 2차례에 걸친 식비 100여만원과 노조 경비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이들은 이후 2017년 7월까지 다른 노조 소속 기사들에게 어용노조 가입을 권유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휴일을 주중으로 변경하거나 자동기어 차량 대신 수동기어 차량을 사용하게 하는 등 각종 불이익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는 운전기사는 8명에 달한다.

이 같은 수법을 이용해 급격히 세를 불린 어용노조는 2015년 3월 회사 내의 제1 노조가 됐고, 현 대표 임씨는 이를 이용해 노동자에 대한 인사 시 노동조합과 협의를 하는 규정과 퇴직금을 누진율로 지급하는 규정 등을 삭제해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단체협약을 2017년 2월 체결했다.

이들이 어용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꾸며낸 정황도 확인됐다. 회사에 입사한 김모씨가 어용노조가 아닌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당시 대표인 임씨와 노조 위원장 김씨는 “시키는 대로 하면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마을버스를 운전하던 정모(39)씨에게 2016년 6월 승객인 척을 하고 고의로 김씨가 운전하는 121번 버스 하차 문에 팔이 끼는 교통사고를 일으키게끔 사주했다. 이외에도 현 대표 임씨는 “김씨가 허위 입사원서를 제출했다”는 등 이들은 갖은 이유를 들어 8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버스 기사 김씨를 해고했다.

위 같은 피해를 본 노동조합 측은 지난해 이들을 서울 강북경찰서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고발했다. 같은 해 12월 경찰은 김씨와 정씨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회사 전·현직 대표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이 처음에는 혐의를 극구 부인했으나 결국에는 전부 인정했다”며 “이례적인 일이다. 연합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기업노조를 만들어 회사 운영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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