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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쾌속정, 英 유조선 나포 시도…영국 군함 경고에 물러나

중앙일보

입력

영국 해군의 소형구축함 몬트로즈’(Montrose) 함이 지난 2014년 2월 시리아 인근 키프로스 해안에서 선박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영국 해군의 소형구축함 몬트로즈’(Montrose) 함이 지난 2014년 2월 시리아 인근 키프로스 해안에서 선박을 호위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으로 보이는 5척의 무장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서던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 했다고 CNN 등이 미국 관리를 인용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일 호르무즈해협서…무력 충돌은 없어 #이란 “1일간 외국선박 조우 없어…사실무근” #EU제재 위반 의심 이란 유조선 억류 후 발생

CNN에 따르면 이날 페르시아만을 지나 호르무즈 해협에 들어선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호에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으로 보이는 무장 쾌속정 여러 대가 접근했다. 쾌속정은 유조선에 항로를 바꿔 인근 이란 영해에 정박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유조선을 호위하던 영국 해군의 소형구축함 ‘몬트로즈’(Montrose) 함이 유조선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이 자국 유조선 보호를 위해 파견한 몬트로즈 함에는 소형 선박 퇴치 등에 사용되는 30㎜ 함포가 장착돼 있다. 몬트로즈 함의 경고에 쾌속정은 물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정부가 11일 낸 성명에서도 드러났다. 영국 정부는 “몬트로즈 함이 이란 배와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 중간에 있는 상황이 벌어졌고 구두 경고 뒤 이란 배들이 돌아갔다”며 “이란 배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이 유조선의 항로를 방해하려 했다. 이번 행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폭스뉴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 당시 영국 해군 구축함은 이란 선박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무전으로 경고했다. 경고를 받은 이란 선박은 발포 등의 적대 행동을 하지 않고 물러섰다. 당시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유인 정찰기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외국 선박과의 조우는 없었다”며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영국 해군에 의해 억류 중인 초대형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해군에 의해 억류 중인 초대형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영국 해군 등이 초대형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지브롤터 남쪽 해역에서 억류한 것에 이란이 반발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그레이스 1은 유럽연합(EU) 제재를 어기고 이란의 동맹인 시리아에 원유를 공급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다.

반면 이란은 그레이스 1호의 목적지가 시리아가 아닌 데다가 이란이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영국이 제재를 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란 측에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 유조선을 억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의 모흐센 라자에이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5일 트위터에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것이 (이란) 당국의 의무”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자국 유조선을 억류한 영국이 “응당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며 보복 활동을 시사한 바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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