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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베와 측근들, 근거없는 ‘한국 때리기’와 제재 철회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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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근거 없는 ‘한국 때리기’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일 “(한국이) 청구권 협정을 어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니 (대북) 무역 관리 규정도 지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일국의 국가 지도자가 이웃 나라에 이런 의혹을 제기할 때는 납득할 만한 물증부터 제시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런 근거를 전혀 내놓지 않고 일방적인 주장만 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도 “한국에 수출한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일이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 기업이 화학무기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에칭가스를 일본에 대량 주문했는데, 최종 도착지가 북한이란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문제의 기업 이름이나 에칭 가스의 구체적인 유통 경로는 일절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 정부는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가 사린가스로 전용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뚜렷한 근거없이 흘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TV 인터뷰에서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다. 상식에 따라 행동해 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등 모욕적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주권 국가 간에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금도마저 어기고 우방국과 그 국가 원수를 공개 비난한 점에서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막무가내식 반일·혐한 감정을 부추기는 위험한 발언이다. 아베 총리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국가 지도자다. 격에 걸맞은 언행으로 돌아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아베 총리의 거친 발언들은 자신이 밀어붙인 대한(對韓)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비판론을 잠재우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 공세성 경제제재로 일본의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고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비난이 꼬리를 물자 ‘한국과 북한의 유착설’을 흘려 정당성을 강변하는 한편 한국 내 반일 여론을 분열시키는 노림수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총리가 직접 나서 퍼뜨리고 있는 이 같은 일본발 ‘가짜 뉴스’들에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한국이 화학무기 원료를 북한에 넘겼다”는 식의 악성 루머를 방치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에 큰 금이 가고, 미국의 중재 개입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라. 없으면 억지 주장을 중단하고 당장 제재를 철회하라”고 일본 정부에 엄중히 따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