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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국내 가족 찾기 체계화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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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박경민

박경민

가족을 찾아 한국에 온 해외 입양인에게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한다. 사비를 털어 함께 가족을 찾아주고 통역에 서류 번역까지 해준다. 입양인 ‘핏줄 찾아주기’를 18년째 해온 박경민(63·간호학과·사진) 계명대 교수 얘기다.

18년째 뿌리 찾기 돕는 박경민 교수 #해외 입양된 한인 아이 보고 결심 #보육원 등 수소문 … 6명 가족품에

박 교수는 2001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20대 여성을 만났다. 생후 10개월에 미국에 입양된 학생이었다. 그의 아버지를 찾아준 게 이 일의 시작이 됐다. 이후 미국·스웨덴·독일·노르웨이 등에 입양된 한인 15명을 도와 실제 6명에게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을 찾아줬다.

핏줄 찾기에 비법이 있는 건 아니다. 입양인에게 사연을 적어달라고 해 그걸 번역해 신문사에 제보하거나 경찰서 등을 찾아가 가족관계 단서를 찾는다. 살던 동네나 태어난 병원, 생활했던 보육원이라도 나오면 입양인과 같이 발품을 팔아 가족을 수소문해 찾는다.

실제 미국 국적의 한 여성 입양인은 ‘쌍둥이’ ‘부산’이라는 단서만 들고 한국에 왔다. 박 교수는 입양인의 부모 연령대를 추측해 경찰 도움을 받아 비슷한 사람을 찾아냈고, 100통 이상 전화를 걸어 결국 입양인의 아버지와 자매를 찾아냈다.

그는 “교환학생으로 온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도우면, 또 다른 입양인이 연락하거나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늘 입양인이 머물다 갈 수 있게 자신의 집에 빈방을 마련해둔다.

그가 입양인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00년 미국 연수 때다. 지인과 찾은 한 파티에서 영국인 부부 손에 이끌려 온 한국인 어린아이 2명을 만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지인이 입양아들은 친가족과 떨어진 것을 슬퍼할 뿐만 아니라 커가면서 피부색 등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는다고 말해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충격을 받은 박 교수는 귀국하면 입양인의 핏줄을 찾아주는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교수는 지금 1981년생 3명의 입양인 가족을 찾고 있다. 부산의 한 기차역에서 발견돼 스웨덴에 입양된 공재옥(Viveka·여), 대구 동구 신암동 한 다방 계단에서 발견돼 미국에 입양된 안나(Anne·여), 전남 장성군 진원면이 아버지 주소인 미국 입양인 이정식(Tom)씨다.

박 교수는 “해외 입양인의 국내 가족 찾기가 보다 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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