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쓸데 없는 것 사냐” 첫 폭행…남편이 화만 내면 싹싹 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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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아내 A씨(30·여)가 지난달 16일 한국에 온 후 공포 속에서 지내온 사실들을 확인했다. 툭하면 폭언과 폭행을 해온 남편 B씨(36·구속) 때문에 한국에서의 18일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온 것이다. A씨는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해 그간 폭행·폭언을 참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아내 “애 아빠인데…” #결혼생활 지키려고 신고 안 해

A씨의 불행은 2016년 초 B씨와 만나면서 시작됐다. A씨는 같은 해 5월 아이를 임신했으나 비자만료로 베트남에 돌아가 아들(2)을 낳아 홀로 키웠다. 이후 B씨에게 다시 연락을 취한 A씨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키우고 싶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쳤다.

B씨는 지난 3월 A씨와 혼인 신고를 한 뒤 지난 4월 “아이가 보고 싶다”며 베트남에 갔다. 당시 아들을 만난 B씨는 친자확인을 한 뒤 A씨 모자를 영암에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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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입국 9일째인 지난달 25일 차 안에서 폭행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첫 폭행 때 남편은 “왜 쓸데 없는 것을 사느냐”며 차량 운전석에서 A씨의 허벅지와 다리 등을 마구 때렸다. 지난 4일 촬영된 영상에 담긴 폭행도 “가져오라는 물건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며 시작됐다.

경찰은 A씨가 결혼생활을 지키기 위해 폭행과 폭언을 버틴 정황도 확인했다. A씨는 폭행 당시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도 선뜻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영상 촬영 후 지인과 상의를 하면서도 “애 아빠를 신고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첫 폭행을 당한 뒤 병원을 가지 않은 것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화가 나면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며 싹싹 빌었다. 남편에게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진술했다.

영암=최경호·김준희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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