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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신드롬, 교민사회 버팀목이었는데”…반한 감정 확산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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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편 A씨가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 교민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폭행사건이 베트남 국민들의 ‘반한’(反韓)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윤상호 베트남 하노이한인회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네티즌들이 매우 심각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박항서 신드롬이 그동안 우리 교민과 베트남 진출 기업에 엄청난 버팀목이 됐었다”면서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한용 하노이 한국상공인연합회 회장 역시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번 일로 반한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국민이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 있는 교민들은 각자가 대한민국 외교관이라는 자세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폭행사건에 대한 베트남 현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베트남 국영방송사인 VTC 등은 폭행 영상과 함께 해당 사건을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베트남 네티즌들도 “한국남성들은 편협하고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자주 발생한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반응을 전했다.

특히 베트남 이주여성이 서툰 한국말 때문에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베트남 네티즌들은 “(한국인 남성) 당신이 베트남어를 배울 생각은 하지 않느냐”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주여성, 42.1% '가정폭력 경험'…가부장적 태도 바꿔야 

한국인 남성의 폭력이 베트남에서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7월 부산에서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베트남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도 이 사건이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반한 감정이 일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7월부터 8월까지 국내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42.1%(387명)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피해 유형(복수응답 가능)으로는 주먹질과 발길질 등 신체 폭력이 38%(147명). 심한 욕설은 81.1%(314명)로 집계됐다.

이 사건의 가해 남성이 “베트남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지”라며 윽박질렀듯 한국식 생활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사례도 41.3%(160명) 달했다.

또 가정폭력 피해 여성 중 263명(68%)은 성적 학대까지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여성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재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한 중인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전남 영암경찰서는 7일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베트남 출신 아내를 폭행한 한국인 A(3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폭행 사실은 그의 아내가 촬영한 영상이 SNS에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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