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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 피해자 487명 직권 재심청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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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과거사 피해자 487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 중대한 흠이 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비상구제수단이지만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는 극히 드물게 이뤄져 왔다. 검찰이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무일 총장 ‘80년 광주 경험’ 반영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는 2017년 8월 이후 검찰 과거사 피해자 487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시국 사건 피해자에 대한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는 간혹 있었지만 2년간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에 대한 검찰의 대규모 직권재심 청구는 처음이다.

직권 재심 청구 대상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에서 위헌·무효가 선언된 사건(긴급조치위반·1972년 계엄법 위반 등) ▶특별법으로 재심 사유가 규정된 사건(5·18 민주화운동·부마민주항쟁 관련 등) ▶진실과화해위원회 재심 권고 사건 중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사건 등이 포함됐다.

이례적인 대규모 직권 재심 청구 배경엔 문무일 검찰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총장은 광주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 재학 시절 학생 운동을 했다. 20살 재수생이던 1980년엔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어 평소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 슈퍼 살인사건 등의 재심을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의 직권 재심 청구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국가 의무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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