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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미 정상간 연락 계속 진행” …어떤 채널 이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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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전날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이 만족해했다”는 보도에 대한 확인이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두 정상 간에 연락이 계속 진행됐다”고도 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언급은 지난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개적인 분위기와 달리 양 정상 간의 소통은 이어져 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이나 매체들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겨 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수시로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 모두 정상에 대한 직접적인 화살을 삼간 건 샌더스 대변인의 말대로 ‘톱’끼리 연락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다. 북한은 23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다. 북한은 23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그런데 정상 간의 소통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북한이나 미국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전쟁을 하는 나라들끼리도 직ㆍ간접적인 소통이나 협의라인을 유지한다”며 “미국과 북한이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또 확인된 만큼 지속적인 의사소통 채널은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직통 전화번호 사용했나 

 두 정상 간 연락 채널을 놓곤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며 “(당시 6월)17일 전화를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전화 통화 사실이나 이후 두 정상 간의 통화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직 당국자는 “각국 정상들은 필요할 경우 통화를 하지만 공개 여부는 필요에 따라 결정한다”며 “백악관은 설사 전화 통화가 있었다 해도 이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채널 북·미간 건재

 샌더스 대변인이 언급한 “연락”을 놓고 정상 간의 직접 채널이라기 보다는  외교나 정보 라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외교 라인으로는 '뉴욕 채널'이 있다. 북한은 미국 뉴욕에 파견한 공식 외교채널인 유엔대표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북·미는 공식 외교 문서나 방문을 위한 실무협의를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1992년 김용순 당시 국제담당 비서나 2000년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실무협의가 대표적이다.

 비핵화 라인은 개점휴업 가능성

 북·미 간엔 비핵화 협상 실무 라인도 있다. 그런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내 대북 협상 라인이 건재한 반면, 북한은 김영철 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인적 정비가 진행 중이라 비핵화 협상 채널은 개점휴업 상황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도 보이지 않는 북·미 채널

 또 다른 보이지 않는 라인으론 한국도 거론된다. 이른바 한·미 스파이 라인이다. 뉴욕 채널의 경우 실무적인 접촉은 가능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양측이 어색한 관계여서 공식 문건 전달은 가능하겠지만, ‘속내’를 전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여기엔 북·미 간에 깊숙한 메시지를 주고받기엔 한·미 정보당국 라인이 효과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해 첫 북·미 정상회담의 시작점을 만든 통로가 남·북·미 정보 라인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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